인천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 1천건… “사장님 나빠요”
사업장 이동 힘든 ‘고용허가제’ 악용도
제도 보완 시급… 고용부 “단속·지도중”
“월급 안주고 계속 미루는 사장님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인천 남동구 소재 건설업체 공장을 다닌 태국 국적의 A씨(34)는 지난해 12월 퇴직했지만, 아직까지 퇴직금 정산을 받지 못했다. 공장 사장이 돈이 없다며 퇴직금을 분할해서 준다고 했지만 여전히 “다음달에 줄게”라며 미루고 있는 탓이다. 받을 돈은 3년치 퇴직금 600만원과 연차휴가 수당 등 모두 750만원. 이 때문에 A씨는 가족에게 제때 생활비를 못 보낸 것은 물론 극심한 스트레스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미추홀구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베트남 국적의 B씨(32)는 최근 매일 사장과 다투고 있다. 회사가 자신의 4대 보험료 3개월치를 자신의 월급에서는 제외해놓고, 정작 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B씨는 사장에게 연차 휴가수당 100만원도 요구했지만, 수개월째 받지 못하고 있다.
인천지역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체불이 해마다 1천여건에 달하는 등 끊이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인천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사업자에 대한 임금체불 신고는 2021년 998건, 지난해 1천102건, 올해 7월 기준 481건 등 해마다 1천여건에 이른다. 또 임금체불 금액은 같은 기간 동안 57억원, 63억원, 49억4천여만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중부노동청은 최근 사업자들이 고용허가제를 악용하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 대상 임금체불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는 사업자 변경을 3년 간 3회 초과할 수 없고, 퇴직 이후 3개월 이내 재취업을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사실상 국내에서 추방당한다. 이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들은 사업자 변경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또 일부 업체는 출·퇴근 기록이 없어 임금체불 증빙이 어려워 제대로 신고조차 못하고 있다.
중부노동청이 임금체불 유형을 분석한 결과, 상습적인 임금체불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부노동청은 C업체가 가족 간 사업장 명의를 바꾸는 수법으로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계속 지급하지 않은 것을 적발하기도 했다.
또 D업체는 사업자가 임금을 분할해서 지급하는 소위 ‘임금 꺾기’로 주면서 임금 지급을 미루거나 주지 않다가 덜미를 잡혔고, E업체는 회사가 부담해야 할 고용보험료 등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내도록 하기도 했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사업장 이동 횟수 제한 등 고용허가제를 사업자가 악용하는 만큼,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며 “외국인 근로자가 어려움을 주변에 호소하기 쉽지 않은 만큼, 기본권 보장을 위한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부노동청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단속 및 지도·점검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일 기자 assq12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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