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경기 연속 유효슈팅 0' 손흥민, '승리의 캡틴'으로 더 빛나다[심재희의 골라인]
슈팅 자제하고 기회 창출
토트넘 무패행진 이끈 '뉴 캡틴'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뭔가 좀 이상하다. 이전의 모습과 분명히 다르다. 슈팅을 아낀다. 아니, 직접 마무리를 짓기 위한 움직임 자체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세부 기록에 잘 드러난다. 최근 2경기 연속 유효슈팅이 없다. 무슨 일일까.
'토트넘 캡틴' 손흥민(31)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 후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만들지 못했다. 해리 케인이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토트넘 홋스퍼의 가장 날카로운 창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가 침묵했다. 하지만 비판보다 찬사가 더 많다.
기본 포지션은 왼쪽 윙포워드로 변함이 없다. 그러나 세부 롤이 달라져 움직임도 변했다. 이전에는 원톱 케인을 지원하며 스위칭 플레이를 많이 펼쳤다. 케인이 뒤로 빠지면 앞으로 나가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들어 직접 골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제임스 매디슨, 히샬리송을 감싸며 공격 조율에 힘을 더 쏟는다. 케인이 이적하며 최전방 공격이 약해진 것을 고려해 다른 선수들을 살려 주는 임무에 충실하고 있다.
토트넘은 브렌트포드와 1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2로 비긴 뒤 2연승을 내달렸다. 홈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0으로 잡았고, 원정에서 본머스를 2-0으로 꺾었다. 두 경기 연속 클린시트 승리를 거머쥐었다. 무리하게 공격 일변도로 나서지 않았고, 필요할 때 득점해 승전고를 울렸다. '뉴 캡틴' 손흥민의 헌신이 좋은 쪽으로 작용했다.
시원한 골을 터뜨리지 못해도 팀 기여도가 높기에 팬들은 박수를 보낸다. 폭넓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고, 전방 압박과 수비에도 적극 가담한다. 동료들의 득점에 자신이 골을 넣은 것 이상으로 기뻐하며 환호성을 지른다. 주장 완장의 무게를 견뎌내며 '승리의 캡틴'으로 거듭났다.
손흥민은 한국 국가대표팀에서 '승리의 캡틴' 임무를 잘 수행한 경험이 있다. 특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뒤늦게 합류해 김학범호를 이끌며 금메달 사냥에 힘을 보탰다. 최고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지만 무리하지 않고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 줬다. 황의조, 이승우, 황희찬을 더욱 빛나게 만들며 팀 목표 달성에 큰 공을 세웠다.
오랫동안 팀의 최전방에 서서 공격을 이끈 케인이 떠났다. 변화가 필요했다. '손케 콤비'로 EPL 새 역사를 썼지만, 이제는 과거일 뿐이다. 새로운 토트넘을 이끌기 위해 주장 완장을 차고 '헌신'이라는 단어를 아로새겼다. 기록에 나오지 않는 이타적인 움직임과 활약으로 존재감을 환하게 빛내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오프시즌 일정에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토트넘에서 9번째 시즌은 저에게 매우 특별한 순간이 될 것 같다." 지지난 시즌 EPL 득점왕에 오른 뒤 지난 시즌 부상과 부진이 겹쳐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번 시즌 많은 변화 속에서 주장 중책까지 맡았다. 슈팅을 아끼는 손흥민. 토트넘의 '뉴 캡틴' 손흥민이 영리한 변신으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손흥민(7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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