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바둑계 뒤흔드는 ‘무서운 일곱살’들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3. 8. 29.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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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생 김정현·유하준 1~4학년부 번갈아 우승
초등학생 바둑대회 저학년(1~4학년) 유단자부를 뒤흔들고 있는 1년생 유하준(왼쪽)과 김정현. 둘 다 2016년생이다. /한국기원

만 7세(2016년생)로 초등학교 1학년인 두 어린이가 저학년(1~4년) 유단자부에서 2~4학년 형들을 제치고 번갈아 우승 행진을 펼쳐 주목받고 있다.

유하준(하남시 미사초 1년)은 지난 20일 올림픽공원서 끝난 문체부장관배 초등 유단자 저학년부를 제패했다. 준결승서 라이벌 김정현(다산 새봄초 1년)을 꺾은 뒤 결승서 박준우(만월초 2년)를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에 앞서 13일 열린 대통령배 전국대회 때는 김정현이 4승 동률 유하준과의 최종전에서 이겨 정상에 올랐다. 현장 관계자들은 1~4학년부에서 1학년 두 명이 결승을 치르는 장면은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김정현과 유하준의 기력은 타이젬 7단. 프로 고단자에게 4~5점으로 맞서는 수준이다. 발전 속도가 놀랍다. 김정현은 지난해만 해도 타이젬 1~2급 정도였다. 5세 때 처음 바둑돌을 잡고 2년밖에 안 지났다. 유하준은 여섯 살이던 지난해 바둑책을 처음 접하고 빠져들었다.

스타일이 대조적이다. 유하준은 쾌활한 성격이지만 고집이 세고 공격을 즐긴다. 한종진 도장에서 5개월째 그를 지도 중인 김민호 5단은 “납득할 때까지 계속 질문한다. 복기가 1시간으론 부족하다”며 어린 제자의 탐구심에 혀를 내둘렀다.

김정현은 그 나이에 벌써 ‘노련한’ 바둑을 구사한다. 기다리다 기회가 오면 맞받아 싸워 ‘애어른’이란 별명을 얻었다. 1년 넘게 그를 지도해온 다산 이세돌영재학원 윤남기 원장은 “5~6학년 형들조차 정현이의 침착함 앞에서 무너지기 일쑤”라고 했다.

유하준에게 김정현은 아직까지는 천적이다. 유치부 시절부터 김정현이 6연승을 거두다 이번 문체부장관배에서 유하준이 처음 이겼다. 하지만 올해 유하준이 체육회장배 대회서 6전 전승으로 우승할 때 김정현은 5위에 그치기도 했다. 본격 경쟁은 이제부터란 뜻이다.

김정현의 롤 모델은 이창호 9단이다. 이유를 묻자 “세계대회서 가장 많이 우승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기풍도 이창호를 빼닮았다. 유하준의 우상은 신진서다. 빠르고 정확한 수읽기, 화려한 전투력이 역시 닮은꼴이다.

두 어린이 모두 10세 입단을 겨냥 중이다. 한국기원이 발표한 초등생 입단 대회 요강에 따르면 올해는 1명, 내년부터는 연간 2명씩 선발한다. 현재 페이스라면 둘 다 4학년, 늦어도 5학년 입단이 가능하다. 내년쯤 연구생으로 진입할 계획이다.

둘은 서로 강한 경쟁 의식을 품고 있지만 최근 많이 가까워졌다. 대회 때 만나면 진지한 표정으로 복기를 나눈다. 대화 횟수도 많아졌다고 한다.

일찍 핀 재능은 반드시 대성으로 연결되는 것이 바둑계 전통이다. 나카무라 스미레는 세 살, 신진서는 다섯 살 때 바둑을 시작했다. 이창호는 초등 1년 때 할아버지에게 단수부터 배웠다. 유하준·김정현의 출발이 이창호보다 더 빠른 셈이다. 10년쯤 뒤 이 두 꼬마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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