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너무나 황당한 ‘새만금 공항 신설’ 타당성 조사라도 해야

조선일보 2023. 8. 29.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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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새만금국제공항 사업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제공)/연합뉴스
지난 2019년 1월, 새만금국제공항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발표 직후 입장을 발표하는 송하진 당시 전북지사(오른쪽). /뉴시스

새만금 잼버리 대회 참가자를 실어 나르겠다는 명분으로 통과된 새만금 국제공항이 대회가 끝났는데도 활주로 건설은 고사하고, 아직 건설사조차 선정하지 못했다. 잼버리가 끝난 뒤에야 입찰 신청을 마감했고, 앞으로 건설사 최종 선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새만금 공항 건설에는 모두 8077억원의 사업비가 들고 이 중 3분의2는 중앙정부, 나머지는 공기업인 한국공항공사가 부담한다. 전북도는 잼버리 대회 개최를 명분으로 신공항 건설을 로비했고, 지난 정부가 이를 받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했다. 하지만 잼버리 기간 참가객을 수송하는 것은 고사하고, 새만금 공항 부지는 아직 진흙과 풀이 뒤덮인 매립지 그대로 남아 있다.

새만금공항은 기존 군산공항이 미군 소유여서 활주로 및 주기장(駐機場) 사용 등에 제한이 있다는 이유로 불과 1.3㎞ 떨어진 곳에 민간공항을 새로 짓겠다는 것이다. 걸어도 10여 분이면 닿는다고 한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경우 지난해 이용객이 2만9394명으로 15개 국내 공항 중 꼴찌였다. 인구 180만명의 전북 인구를 감안하면 주변 지역의 수요까지 흡수한다고 하더라도 새만금 공항이 타산을 맞추기는 어렵다. 국토부가 2018년과 2022년 두 차례 실시한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 새만금 공항의 경제성은 각각 0.479, 0.503으로 편익이 비용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유령 공항과 같은 국내 지방 공항이 하나 추가될 우려가 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새만금 공항에 아예 타당성 조사를 면제시키는 방법으로 이를 강행했다. 당시 전북도는 “새만금 신공항을 대회 전인 2022년까지 건설, 대원들이 10분 만에 잼버리 야영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홍보했다. 새만금 공항은 내년에 착공해도 2028년에야 완공된다. 전제 조건이 무산된 만큼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아직 착공도 하지 않은 만큼 지금이라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공항이 정말 필요한지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신속하게 관련 절차를 밟고, 국회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협조해야 한다. 8000억원이 넘는 국민 세금을 이렇게 낭비하지 말고 전북도를 위해 더 생산적이고 의미있게 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천문학적인 세금이 낭비되는 것을 눈 뜨고 보기만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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