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후쿠시마의 2.6배와 10.6배... 프랑스와 중국의 ‘방사능 투기’
프랑스 파리 사람들의 단골 휴가지 노르망디의 라아그(La Hague)엔 프랑스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장이 있다. 원자로에서 나온 핵연료봉에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추출해내고 나머지를 폐기물 처리한다. 2021년 11월 이 시설을 방문했다가 “지난해 (바다로) 방출된 삼중수소 방사능이 58조 베크렐”이란 자료를 봤다. ‘조’라는 단위에 깜짝 놀라 물으니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했다. “중국이 매년 한국 바다(서해)에 흘리는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밖에 안 된다”는 말도 나왔다.
그때는 반신반의하며 넘어갔다. 이제 보니 58조 베크렐은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처리수)를 통해 바다에 내놓겠다는 한 해 22조 베크렐의 무려 2.6배였다. 이 시설은 게다가 1976년부터 가동되어 왔다. 지난 47년간 실로 어마어마한 양의 방사능을 바다에 투기한 셈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놓고 ‘지옥’과 ‘죽음의 바다’를 언급하는 소셜미디어상의 말이 맞다면 프랑스는 이미 여러 번 전 세계 바다를 황폐하게 만들고도 남았을 것이다.
중국은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이다. 서해에 맞닿은 중국 다롄(大連)의 원전에서 90조, 상하이 인근 친산(秦山)의 원전에서 143조 등 매년 도합 233조 베크렐의 방사능을 삼중수소로 쏟아내고 있다. 후쿠시마의 10.6배다. 게다가 직접 우리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흘러든다. “일본의 핵 폐수 방류는 제2의 태평양 전쟁”이란 일부 정치인의 논리를 따르면, 중국이 6·25 이후 70여 년 만에 우리 영해에 ‘핵 침공’을 해 온 것이나 다름이 없다.
라아그의 방사능 오염수 문제는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1997년과 2019년 그린피스가 대규모 시위를 한 적도 있다. 이런 와중에도 이 지역서 잡힌 물고기는 몽솅미셸·상말로 등 한국인이 북적이는 인근 관광지는 물론 프랑스 전역에 납품된다. 천일염 중 명품으로 손꼽히는 프랑스산 게랑드 소금 염전도 260㎞ 거리로 멀지 않다. 그러나 여태껏 방사능이 무서워 프랑스 해산물이나 천일염을 안 먹는다는 이야기는 프랑스와 한국 어디서도 듣지 못했다.
중국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지난해 수억달러(수천억원)어치의 중국산 수산물을 수입했다. 하지만 방사능 때문에 중국 해산물을 거부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중국이 서해를 삼중수소로 오염시키고, 방사능 식품으로 한국인의 건강을 해친다며 투쟁하는 이들도 못 봤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을 우려할 필요가 없단 얘기가 아니다. 거리와 인터넷에서 투쟁 중인 이들의 목적이 정치적 선동이 아닌 진정한 ‘국민의 건강’이라면 더 심각한 곳부터 문제 삼아 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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