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다시 ‘국제’로의 재귀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전 경기대 대학원장 2023. 8. 2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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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전 경기대 대학원장

1995년 1월 1일 세계무역기구 즉 WTO가 창설되면서 일견 세계는 하나의 지구란 개념을 존중하며 공동의 이익을 위해 뭉치는 계기가 되었다. 나아가 1997년 12월에는 일본 교토에서 지구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후변화에 대해 인류 공동의 대응을 결의한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었다.

그 후 이전의 국제관계란 단어보다 세계화(globalization)라는 단어가 더 호응을 받으면서 이념이나 종교 등의 갈등이 내재한 가운데에서도 여러 가지 면에서 지구는 하나의 세상으로 조금씩 가까워지는 듯했다. 사실 정보기술의 기반에서 발달한 원격정보 기술이나 가상정보 기술, 플랫폼들도 이런 국제사회의 자유로운 환경에 편승한 정보상품 기술의 발달로 볼 만하다.

그러나 2017년 미국에 트럼프 정부가 나타나면서 세계화 무드에 돌연 찬물을 끼얹게 되었다. 당시 트럼프는 자유무역이 미국 노동자는 굶주리고 중국의 배만 부르게 해준 일이라며 소위 미중 무역 갈등의 횃불을 들어 올렸다. 그 여세는 바이든 정부에서도 여전하고, 오히려 자국 이기주의는 한발 더 나아가는 양상이다.

여기에 세계화 균열에 더 영향을 준 사건은 코로나 팬데믹이다. 자유로운 교류가 주는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생명원 공급을 외부에 의존하는 위험성을 절감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 이기주의는 요원의 불길로 번져 나갔다. 결국 미국은 동맹국을 규합하고 서로 이해가 얽힌 나라들은 테이블에 모이는 그야말로 다시 ‘국제’의 시대가 나타난 셈이다. 게다가 이 틈에 러시아는 자국의 영토확장을 위한 무도한 전쟁을 벌여, 대낮에 아무런 죄의식 없이 유럽평원을 향해 미사일과 대포를 쏘기 시작했다. 분주히 동맹국 정상은 모이고, 이전부터 친소(friendship) 관계가 없으면 이제는 교역과 교류와 소통이 어려운 절연의 세상으로 돌아간다.

정치 경제 군사 모두 국제관계의 평판과 실적, 도움의 실상이 분명해야 어딘가에 끼어든다. 작금의 한반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제관계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만을 다루는 곳이 아니라, 서로 관여하는 나라와 관련된 사무 간의 쌍무적이고 공동이익적이며 현상적인 접근과 해법도 작동하는 곳이다.

조심스러운 논평이지만 이번에 일본 정부는 그러한 국제관계의 새로운 대응 기류 속에서 관계 국가와의 절차와 논의에 근거하여, 범지구적으로는 제한적인 해법이란 저항에 부딪히면서도 오염수 방출을 실행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번 일로 각국 국민들의 이해관계와 염려, 불안 해소를 모두 각국의 내부적인 정치적이고 행정적인 책무로 돌아가는 분위기도 그런 점의 일단을 보여준다. 장차의 파장을 논외로 하더라도 이건 새로운 지구와 인류 문제 관리의 접근이고 선례이다.

얼마 전 뙤약볕 아래에서 한국을 애써 찾아온 많은 해외 청소년들에게 우리 국민이 두고두고 마음에 빚을 지게 한 잼버리 사태가 그 자체로도 선진문화 국가인 우리 국민으로서는 불미스러운 결손 행사지만, 그로 인한 국제관계 이미지와 평판의 손실은 여기가 끝이 아닐 수 있다.

다름 아닌, 잘 되어가는 부산 엑스포 유치 전망에 주는 부정적이고 심정적인 부담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무언가의 특별한 이미지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상품 이미지 손상의 효과에 스놉효과(snob effect)라고 있다. 갑자기 사용자가 늘어서 많이 사용해 보았더니 오히려 매출이 줄어드는 역효과를 말한다. 이번 잼버리에 많은 인원을 파견한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나라들이 모두 그들의 관련국이나 자기 동맹국, 친소 국가에 영향이 큰 나라들이다. 차제에 부산 엑스포 유치에 더 분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에는 주식을 비롯한 국제투자시장의 투자가 늘어나는 분위기이다. 우리나라가 성장률이 낮아진 지금, 더 나은 성장과 수익을 찾아 투자하는 일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국제관계의 투자는 산업이나 기업, 상품만의 분석으로는 돌연히 찾아오는 국제관계의 위험을 방어할 수가 없다. 당장 중국으로의 투자가 주는 불확실성이 그에 기인한다. 해외투자는 해당 국가와의 국제관계 안정과 개선, 증진이 가장 중요한 선결 요인임을 꼭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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