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조원대 시총 공모주, 하반기 줄줄이 출격 준비
올 하반기에 조(兆) 단위 몸값의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공모주 열기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와 서울보증보험(SGI서울보증) 등 후발 주자로 나선 대어들이 출격 대기 중이다.
최근 미국의 긴축 기조 지속과 중국 부동산발(發) 위기 등 악재로 국내 IPO 시장도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분위기가 반전될 기미가 보이고 있는 것이다.
◇두산로보틱스·서울보증보험 등 상장 추진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23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대기업 두산의 자회사로 두산이 이 회사 지분의 90.91%를 갖고 있다.
2015년 설립돼 제조업 조립 라인의 로봇팔 등 협동로봇을 만든다. 2018년부터 국내 점유율 1위에 올랐고, 2021년 이후 중국을 뺀 글로벌 시장에서 4위권으로 평가된다. 협동로봇의 글로벌 수요는 올해 7만1000대에서 2032년 43만대까지 연 평균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로보틱스는 총 1620만주를 공모한다. 공모 희망 가격은 2만1000원~2만6000원, 예상 시가총액은 1조3600억~1조6800억원이다. 회사는 다음 달 11~15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21~22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10월 말 상장이 목표다.
투자자 관심이 모이며 모기업 두산 주가는 지난달 말 이후 한 달 새 26% 가까이 올랐다. 이달 초 2분기(4~6월) 호실적이 겹치며 11만8900원까지 급등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준정부기관인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 서울보증보험(SGI서울보증)도 22일 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향후 증권신고서를 내고 수요예측, 공모청약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3조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뿐 아니라 13년 만의 공기업 상장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 관심이 쏠린다.
이 밖에 에코프로의 자회사로 이차전지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상장예비심사가 진행 중이다. 10조원 몸값으로 평가되는 SK에코플랜트도 하반기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고평가 논란에 작년 11월 상장을 철회했던 독서 플랫폼 기업 밀리의서재는 코스닥 상장에 재도전한다. 다음 달 18~19일 희망 공모가 2만~2만3000원으로 일반 청약을 받는다.
◇단타성 투자 과열 주의
공모주 시장은 최근 주가 널뛰기가 심해졌다. 지난달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상장한 8사의 상장일 평균 시초가는 공모가 평균과 비교해 두배 이상(119%) 높게 형성됐다. 필에너지(261%)·이노시뮬레이션(199%)·시큐센(198%)·알멕(190%)·DB금융스팩11호(188%) 등은 공모가보다 200% 안팎으로 오른 시초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8사의 지난달 말 평균 주가는 공모가 평균보다 8.1% 오른 수준으로 주춤했다. 특히 크게 오른 시초가에 사서 한달간 보유했다면 평균 43.5%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버넥트(-28%)·이노시뮬레이션(-20%)·에이엘티(-18%)·센서뷰(-12%) 등 공모가마저 밑도는 경우(23일 기준)도 속출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 등에서 손실을 본 기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공모주로 몰리며 과열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신규 상장 8사 중 6사의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밴드 상단을 웃돌았다. 그만큼 돈이 몰렸다는 뜻이다. 센서뷰·시지트로닉스가 희망 공모가 밴드 최상단보다 25% 높게, 에이엘티와 엠아이큐브솔루션은 각각 22%, 20% 초과해 공모가가 결정됐다.
상장 당일 주가가 공모가의 최대 4배로까지 오를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어 단타 과열을 자극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6월 26일 신규 상장 종목의 공모가 대비 가격 제한 폭을 기존 63∼260%에서 60∼400%로 확대했다.
한국거래소는 “첫날 상승 여지를 이전보다 많이 둬 투자 수요를 최대한 소화해 ‘따상상(공모가 두배에 시초가 형성 뒤 이틀 연속 상한가)’ 등 과도한 상승을 없애려는 취지”라고 했지만, 단기 급등락은 여전한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신규 상장하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의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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