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94] 전쟁과 외교
8월은 북반구에서는 한여름이고, 남반구에서는 한겨울이다. 이토록 극단적인 8월을 일컫는 영어 ‘오거스트’는 로마 제국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에서 나왔다.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뒤 그의 후계자로서 정적들을 제거하고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데 가장 결정적이었던, 이집트와의 악티움 해전에서 승리를 거둔 게 바로 8월이었다.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 누나 율리아의 외손자이다.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초상은 각종 조상(彫像)과 동전으로 많이 남아 있지만 그중 프리마 포르타의 아우구스투스상이 가장 유명하다. 로마 북쪽 프리마 포르타에 위치한 아우구스투스의 부인 리비아의 별장에서 19세기 중엽에 발굴됐다. 흉갑을 입고 지휘봉을 든 채 팔을 앞으로 뻗어 장병들에게 연설을 하는 모습이지만 맨발인 건 그가 이미 신격화됐음을 보여준다. 그의 발치에서 돌고래에 올라탄 큐피드는 비너스의 아들이다. 신화에 따르면 비너스가 낳은 아이네이아스가 로마를 세운 로물루스의 아버지였다. 따라서 카이사르는 자신이 비너스의 자손이라고 주장했다. 아우구스투스는 비너스의 상징 큐피드를 옆에 둠으로써 그가 차지한 권좌의 정통성을 널리 알리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흉갑에 뚜렷하게 새겨진 장면은 신화나 전승보다 외교력을 증명한다. 한 장수가 고대 이란의 강성한 왕국 파르티아로부터 로마의 독수리 군기를 돌려받는 장면이다. 아우구스투스는 정적이던 마르쿠스 안토니우스가 파르티아에 빼앗겼던 군기를 전쟁 없이 협상으로 돌려받았고, 이때부터 로마의 오랜 평화 시대, ‘팍스 로마나’가 시작됐다. 아우구스투스는 로마인들이 원하는 게 위대한 신화나 영웅적 전승이 아닌 평화라는 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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