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선점한 SK하이닉스, 엔비디아에 올라탔다
지난 24일 SK하이닉스 주가가 4% 넘게 상승했다. 이날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올 2분기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한 영향이 컸다. 엔비디아는 AI(인공지능) 반도체에 들어가는 핵심 칩인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인데, 여기에 D램 메모리를 공급하는 핵심 업체가 SK하이닉스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용 메모리 칩으로 각광받는 HBM(고대역 메모리 반도체)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갖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크게 높인 메모리 반도체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AI 반도체에 필수로 들어간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불황이 장기화되는 와중에도 SK하이닉스 주가는 올 들어 53% 올랐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의 3배이며, 30%가량 오른 마이크론과 인텔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 때마다 큰 폭으로 올랐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26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내년 HBM 사업이 2배로 커질 것”이라고 밝히자 다음 날 주가는 9.7% 치솟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 글로벌 HBM 시장을 분석한 ‘엔비디아의 AI 파트너’라는 기사에서 “SK하이닉스가 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반도체 분야를 지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가 HBM을 앞세워 글로벌 AI 시장 상승세의 대표 수혜자가 됐다는 것이다.
◇AI 메모리 주도권 잡은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HBM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 2013년 미 AMD와 협업해 첫 HBM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당시 AI 기술이 산업계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기존 성능을 획기적으로 뛰어넘는 차세대 메모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동안 낸드플래시 적층 기술 등 메모리 업계에서 삼성전자에 번번이 밀렸지만 차세대 시장은 선점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개발 초기 HBM의 사용처가 불분명해 “돈만 먹는 무리한 개발”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챗GPT 등장을 계기로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기준 글로벌 HBM 시장의 53%를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38%, 마이크론은 9%였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마이크론에 밀려 D램 시장 3위로 떨어졌지만 HBM 판매 실적에 힘입어 2분기에 2위 자리를 되찾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하이닉스는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선 개척자(pioneer)로 간주되진 않았는데 HBM 사업에 베팅하며 상황이 역전됐다”고 했다.
선행 투자 덕분에 기술력에서도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1일에는 차세대 HBM 칩 ‘HBM3E’를 공개했다. 이 반도체는 1초에 풀HD(초고화질) 영화 230편 용량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최근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샘플 공급을 시작했고, 내년 상반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전자·마이크론 거센 추격
SK하이닉스가 HBM 기술과 양산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세계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와 3위 마이크론의 추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 차세대 HBM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 규모도 늘리고 있다. 마이크론도 HBM 사업 확대를 공언한 상태이다.
기업들이 HBM에 뛰어드는 건 기존 메모리 반도체를 뛰어넘는 부가가치 때문이다. 올해 세계 HBM 시장은 20억4000만달러(약 2조6000억원)로 전체 D램 시장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년 30% 이상 성장해 오는 2028년에는 63억달러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칩 가격이 일반 D램의 6배이기 때문에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메모리 산업은 스마트폰의 등장, 데이터센터 성장 등 굵직한 호재가 있을 때마다 시장 규모가 팽창했는데 다음 성장 동력이 AI 반도체 시장”이라며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절호의 기회를 잡기 위해 공격적인 HBM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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