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칼럼] 일제강점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많은 나라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서구의 국가들이 부러워할 만한 반만년이라는 유구한 역사가 있다. 그렇기에 고조선부터 현재 대한민국까지 여러 왕조와 국가, 정권이 탄생하고 소멸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이에 대한 평가도 역사학자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나라 역사에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은 아마도 근현대사일 것이다. 역사는 이미 지나간 일이기에 역사학자마다 다른 사고와 해석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오히려 다양성으로 인해 공과를 구분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그러나 이렇게 제대로 정의 내려지지 못한 진실들에 대해 정치인들은 간악하게 정치적 구도에 맞춰 본인의 세력 결집을 위해 이용한다. 특히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보면 가장 논란이 심각한 대상인 일본과 북한과 관련되면 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정치권의 거짓 선동과 국민 갈라치기로 인해 진정으로 역사가 말해주고 싶은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왜곡된 내용을 정권의 입맛대로 설계된 ‘설계된 가짜 역사관’으로 학습 받았다. 그렇기에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역사적 가치관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역사적 사실에 본인이 성장하며 가지는 정치적 성향을 결합해 스스로 역사를 본인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판단해 버리며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의 주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딱 정치권이 요구하는 술수대로 분열됐다.
하지만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라. 아무리 해석이 다를 수 있다 하더라도 우리 민족끼리의 내전과 외침을 어떻게 같게 볼 수 있을까? 삼국을 통일한 신라이지만 같은 민족인 고구려, 백제와 전쟁을 했다고 해서 우리는 역사에서 고구려나 백제를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도 우리 민족의 일원이었기에 갈라져 있어 이념이 다르다 해도 어찌 신라의 한민족 통일 전쟁이 당나라와의 전쟁과 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 전체에 크나큰 불행이었고 대한민국의 주적인 북한 정권이지만 어찌 북한과의 전쟁을 일제강점기 일본과 치른 독립전쟁과 비교할 수 있을까? 같은 민족끼리의 내전을 외침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갈라치게 하는 정치인의 간악한 술수가 국민 모두를 현혹하고 있다.
최근 육군사관학교의 교내에 설치돼 있는 독립전쟁 영웅 5인(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이회영)의 흉상을 철거해 외부로 옮기고 그 자리에 일제 만주군 출신 백선엽 장군의 흉상 설치를 검토하고 있고 특히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 경력이 있기에 문제가 있다고 하며 내부적으로 홍범도 장군을 대체할 인물로 백선엽 장군이 거론됐다는 뉴스는 충격 그 자체다. 백선엽 장군은 2009년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 당시 편찬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친일파이고 본인의 자서전에서도 본인의 이력과 잘못을 인정하며 반성한 인물이다. 만약 공산주의 가입 이력이 문제가 된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본군 장교 출신에 남로당 가입 이력까지 있는데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우리는 비록 전쟁에 패했지만 조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장담하건대 조선인이 정신을 차리고 옛 영광을 되찾으려면 100년이 더 걸릴 것이다. 우리 일본은 조선인에게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놨다. 조선인들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그리고 나 아베 노부유키는 다시 돌아온다.” 80년 전 조선의 마지막 총독인 아베 노부유키가 조선을 떠나며 했던 말이다. 참으로 애석하지만 아베 노부유키의 말처럼 역사적으로 일제강점기는 끝났지만 정신적으로 일제강점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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