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홍범도 흉상 철거

이연섭 논설위원 2023. 8. 2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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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은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이다. 1868년 평양에서 가난한 머슴의 아들로 태어나 포수 생활을 하다 구한말 의병에 참여했다. 호랑이가 아닌 왜놈을 잡겠다며 동료 포수들과 함께 의병대를 구성했다. 홍 장군은 1920년 간도 봉오동 골짜기에서 일본 월강추격대와 독립투쟁 최초의 전면전을 벌여 무장독립운동사에 길이 남을 승리를 거뒀다. 그는 1937년 소련의 고려인 강제이주정책으로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해 말년엔 극장 수위 등으로 일하다 1943년 순국했다.

홍범도 장군은 보수·진보 정권을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가 항일 무장독립투쟁의 최고 지도자로 꼽으며 추앙해온 독립전쟁 영웅이다. 박정희 정부는 1962년 건국훈장(대통령장)을 추서했다. 1990년 한국-소련이 수교했을 때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홍 장군 유해의 국내 봉환을 시도했으나 북한이 평양 안치를 주장해 성사되지 않았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2021년 8월15일 카자흐스탄 정부로부터 홍 장군 유해를 봉환받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했다. 건국훈장 최고 등급인 대한민국장도 수여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에는 1천800t급 해군 잠수함 이름을 ‘홍범도함’으로 정했다.

홍범도 장군의 흉상은 현재 서울의 국방부 청사, 전쟁기념관, 육군사관학교 등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국방부가 난데없이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 등을 이유로 육사와 국방부의 흉상을 철거·이전한다고 밝혔다.

홍 장군이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지만, 당시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공산주의·사회주의를 받아들인 독립운동가가 상당수 있었다. 광복과 분단 이전인 1943년 숨진 홍 장군을 두고 국방부가 ‘공산주의 전력’ 운운하는 건 황당하다. 여권에서까지 비판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럴 거면 박정희 대통령이 홍범도 장군에게 추서한 건국훈장을 폐지하라”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항일 독립전쟁 영웅까지 공산주의 망령을 뒤집어씌워 퇴출시키려는 것은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 했다. 독립운동마저 이념 갈등 소재로 끌어들이는 반역사적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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