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아름다운 상속이란?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선임회계사1

그 어느 때보다 공정과 공평이 화두인 세상이다. 재산의 분배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님 사후에 재산분배가 공평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쟁을 제기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상속인들 사이에서 상속재산 분할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은 경우 불만이 있는 상속인은 법원에 상속재산분할 심판청구를 하게 되는데 그 비중이 5년 전에 비해 거의 2배 늘었다. 부모님이 특정 자녀에게만 재산을 물려준 경우 다른 자녀는 이 중 일부는 자기 몫이라고 주장하며 유류분반환 청구소송을 하게 된다. 이 소송 역시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는 일본 역시 상속 관련 분쟁이 급증했다. 놀라운 것은 일본의 상속분쟁 중 1억원 미만 사건은 전체의 30% 수준이고 5억원 미만 사건이 거의 70%에 달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상속분쟁은 고액자산가들만의 일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분쟁사건이 돼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재산의 크기에 관계없이 '불공평한 분배에 대한 불만'으로 법원 문을 두드리고 형제자매가 싸우고 의절하는 일이 계속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세태에서 율곡 이이 선생 남매의 상속재산 분할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귀감을 준다. 조선시대 문신이자 성리학자로 이조판서를 지낸 이이는 13세에 진사 초시에 합격하고 이후 9차례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조선 중기가 낳은 천재였다. 이이의 아버지는 사헌부 감찰(정6품)을 지낸 이원수다. 어머니는 신사임당이다.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은 1551년에, 아버지 이원수는 10년 후인 1561년에 별세했다. 3년상을 치르고 나서도 한참 시간이 지난 후인 1566년 5월20일 이원수와 신사임당의 자녀 7남매가 한자리에 모였다. 부모님이 남긴 재산을 분배하기 위해서다. 재산의 분배기준은 경국대전을 따랐다.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경국대전에는 상속재산을 모든 자녀에게 균등하게 나누도록 돼 있었다. 율곡 이이 선생 남매들 역시 경국대전의 정신에 따라 제사와 수묘를 위한 재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한 후 나머지 재산은 아들딸 구분 없이 공평하게 분배했다. 서모인 권씨에게도 토지와 노비를 분배했다는 것은 인상적이다.

조선 후기는 성리학의 영향을 받으면서 가족 내 역학관계가 장자 중심으로 흘러간다. 상속재산 역시 장자가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이 당연해졌다. 이러한 관계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1990년까지 이어졌다. 현재와 같이 배우자를 제외한 자식들의 경우 남녀 구분 없이 균등상속하는 것은 1991년에 와서야 도입됐다. 상속재산분할에서 남녀평등이 이뤄진 지는 30년밖에 되지 않았다.

법적으로는 상속재산 분배에 있어 정의실현이 이뤄졌다고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상속재산 분배를 둘러싼 다툼은 더 늘어만 간다. 많은 사람이 공정과 공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상속분쟁을 겪는다는 뉴스보다 율곡 이이 선생 남매들처럼 아름다운 상속 이야기가 더 많아지는 세상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선임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