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학교에서 이슬람 의상 ‘아바야’ 착용 금지…“종교 낙인 찍기” 비판도

"아바야 착용은 정치적 공격" 정교분리 원칙 강조
우파는 환영, 좌파 연합에선 찬반 엇갈려...'혼란'

28일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교육부 장관이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 현장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프랑스 정부가 공립 학교에서 이슬람 전통 의상인 아바야 착용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교육과 종교를 분리한다’는 정교분리 원칙에 따른 것인데, 이슬람 혐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달간 아바야나 카미(무슬림 남성이 착용하는 긴 옷)와 같은 종교적 복장을 착용해 세속적 규칙을 위반하는 사례가 증가했다. 아바야는 학교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교내 착용을 금지하겠다 밝혔다. 아바야는 몸 전체를 덮는 긴팔 원피스 형태로 무슬림 여성들이 착용하는 의복이다.

프랑스는 19세기 고안된 교육 세속주의 전통에 따라 2004년부터 교내에서 종교적 소속을 드러내는 의복, 표식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앞서 무슬림 여성이 머리에 착용하는 두건인 히잡과 유대교 전통 모자 키파, 큰 십자가 목걸이 등도 금지됐다. 다만 ‘검소한 복장’을 표방한 아바야까지 착용을 금해야할 지에 대해선 지난 수개월간 논쟁이 지속돼왔으나, 이날 정부 발표로 지침이 확정됐다.

아탈 장관은 전날 프랑스 TF1 방송 인터뷰에서 “교내 세속주의는 학교를 통해 자신을 해방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며 “교실에서는 특정 학생을 보고 그의 종교를 식별할 수 있어서는 안 된다”며 완강한 태도를 내비쳤다. 올리비에 베랑 정부 대변인도 이날 아침 “아바야는 명백한 종교적 의복이며, 이를 (학교에서) 착용하는 것은 정치적 공격이자 신호”라며 정부 방침에 힘을 더했다.

28일 이슬람 의복인 아바야를 입은 한 여성이 프랑스 파리의 거리를 걷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다만 프랑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우파 야당인 공화당 소속 에릭 시오티 대표는 “우리는 학교에서 아바야 착용 금지를 거듭 요구해왔다. 우리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준 교육부 장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좌파 연합에 속한 사회당의 제롬 구에지 의원도 “우리의 지침은 학교에서 노골적인 상징물을 금하는 것”이라며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반면 사회당과 같은 좌파 연합 소속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 녹색당은 크게 반발했다. 이번 결정이 시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고, 나아가 이슬람에 대한 낙인찍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뤼크 멜랑숑 LFI 대표는 “여성 복장을 둘러싼 터무니없고 인위적인 종교 전쟁으로 새로운 학기의 시작이 정치적으로 양극화됐다. 슬프다”라며 비판했다. 시리엘 샤틀랭 녹색당 의원도 “‘우선순위’는 배제와 낙인의 논리에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AFP는 이번 정부 방침을 두고 올해 7월 34세의 젊은 나이로 교육부 수장에 오른 아탈 장관이 보인 첫 번째 주요 행보라고 평가했다. 아탈 장관은 제랄드 다르마냉(40) 내무장관과 함께 2027년 임기 종료를 앞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다음 세대 지도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