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남을 마지막 승부… ‘마흔살 예비 명전’ 사나이들이 울컥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 사나이가 담담하게 타석에 들어왔다. 모든 카메라가 타석에 들어서는 이 선수, 그리고 마운드에 서 있는 선수를 동시에 비추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모두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이 특별한 대결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감정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었다.
28일(한국시간) 미 미시건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 휴스턴의 경기는 핵타선을 앞세운 휴스턴의 17-4,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선발 저스틴 벌랜더가 5이닝 2피안타 2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가운데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서 있던 휴스턴이 1승을 챙겼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미겔 카브레라(40‧디트로이트)와 저스틴 벌랜더(40‧휴스턴)이라는 살아 있는 레전드들의 ‘마지막’ 맞대결로 더 큰 관심을 모았다. 휴스턴과 디트로이트는 이날이 시즌 마지막 경기였고, 올해로 은퇴할 카브레라는 이제 벌랜더와 더 만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다 쏟아졌다.
감정적인 순간이었다. 0-0으로 맞선 2회 무사 1루에서 카브레라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자 벌랜더는 여러 복잡한 감정이 섞인 표정으로 몇 차례 모자를 만졌다. 카브레라에 대한 존중과 존경의 의미였다. 이를 본 카브레라 역시 헬멧을 만지며 벌랜더에게 답례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역전의 레전드들이 18.44m의 거리를 두고 그렇게 마지막 승부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긴 스토리가 만들어 낸 감격적인 순간을 모두가 숨죽여 지켜봤다. 누가 이겼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벌랜더는 최선을 다해 던졌고, 카브레라는 최선을 다해 맞섰다. 승자도, 패자도 없었고 모두가 박수를 받았다. 그렇게 두 선수의 역사적인 마지막 맞대결은 이날 두 타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카브레라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예고했다. 28일(한국시간) 현재 메이저리그 21년 동안 2776경기에 나가 타율 0.307, 510홈런, 187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02를 기록 중인 살아 있는 전설이다. 한 시즌 타율 3할과 OPS 0.900을 만들기도 어려운데 카브레라는 이를 경력 동안 해냈다. 2012년과 2013년은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하는 등 당대 최고 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카브레라의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되듯이, 벌랜더도 역시 명예의 전당에 직행할 수 있는 경력을 쌓았다. 통산 503경기에서 3286⅓이닝을 던지며 254승139패 평균자책점 3.23, 3308탈삼진을 기록했다. 세 차례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2011년에는 MVP와 사이영상을 동시에 석권하는 대업을 남겼다. 카브레라는 타자 트리플크라운, 벌랜더는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경력이 있기도 하다.
굳이 기록을 나열하지 않아도 될 '레전드'인 두 선수는 한때 디트로이트 팀 동료였다. 벌랜더는 2005년 디트로이트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17년 트레이드를 통해 휴스턴으로 떠났다. 카브레라는 2008년 디트로이트에 합류해 지금까지 디트로이트에서 뛰고 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팀메이트로 한솥밥을 먹었다.
벌랜더는 마운드의 간판이었고, 카브레라는 타선의 간판이었다. 팀을 이끄는 두 엔진이었다. 동갑내기인 두 선수의 우애는 말할 것도 없다. 경기장 밖에서도 같이 시간을 보내며 친밀함을 과시했다.
마흔의 노장인 벌랜더는 경기 후 어린 아이처럼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경기 결과보다는 카브레라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인지, 얼마나 위대한 동료였는지를 설명하는 데 힘을 쏟았다. 벌랜더는 “우리가 떠나기 전 미기(카브레라의 애칭)를 향해 모자를 만질 수 있는 약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건 매우 멋졌다”면서 “A.J 힌치(디트로이트 감독)가 그를 라인업에 넣었다는 게 기쁘다. 우리가 그런 순간을 가졌다는 게 너무 기쁘다”고 했다.
벌랜더는 “그의 재능은 항상 도드라지는 것이었다. 그의 오른손 스윙은 야구 역사상 가장 순수한 스윙 중 하나다. 그에게는 정말 많은 것이 있지만, 그와 함께 경기한 첫 날부터 그의 능력에 나는 정말 놀랐었다”고 예전을 떠올렸다.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감독 또한 “그는 역대 최고의 오른손 타자 중 하나다. 역대 최고의 타점 생산 선수 중 하나다. 이 선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 타율, 홈런, 타점이 그렇다. 그리고 그는 40세까지 뛰었다”고 존경 대열에 합류했다.
벌랜더는 “우리는 경기장 안팎에서 많은 좋은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면서 “나는 그 남자를 사랑하고, 또 매우 존경한다"고 했다. 이어 ”그의 마지막 해에 그와 상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돼 기쁘다. 내가 영원토록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의 페이지가, 이렇게 또 하나의 쉼표와 마침표를 찍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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