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에서 원으로 그려낸 ‘춤의 무아’

김진형 2023. 8. 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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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춤의 정수를 한 곳에 모은, 물 흐르는 듯한 '상선약수'의 전개였다.

'태평무', '교방검무', '한량무', '부채산조', '소고춤', '호적시나위', '맨손살풀이', '설장고춤', '진쇠춤', '진도북춤' 등 10편의 한국무용을 선보인 이날 공연에서는 전통춤이 가진 정·중·동의 움직임은 그대로 가져 가되, 군무를 통한 구도의 변화로 동적 움직임을 강조한 모습이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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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강원도립무용단 정기공연
전통 춤 정수 10편 한 무대에
현대적 감각 영상·연출에 호평
군무 구도·동선 변화로 생동감
윤혜정류 소고춤·맨손살풀이도
▲ 강원특별자치도립무용단의 정기공연 ‘무의 무아(舞의 無我)’가 지난 25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전통춤의 정수를 한 곳에 모은, 물 흐르는 듯한 ‘상선약수’의 전개였다. 춤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동시대와 호흡하는 신명이 전해졌다.

강원특별자치도립무용단(예술감독 윤혜정)의 9회 정기공연 ‘무의 무아(舞의 無我)’가 지난 25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렸다. ‘태평무’, ‘교방검무’, ‘한량무’, ‘부채산조’, ‘소고춤’, ‘호적시나위’, ‘맨손살풀이’, ‘설장고춤’, ‘진쇠춤’, ‘진도북춤’ 등 10편의 한국무용을 선보인 이날 공연에서는 전통춤이 가진 정·중·동의 움직임은 그대로 가져 가되, 군무를 통한 구도의 변화로 동적 움직임을 강조한 모습이 돋보였다.

▲ 강원특별자치도립무용단의 정기공연 ‘무의 무아(舞의 無我)’가 지난 25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렸다.

무대 구성은 현대적 감각을 살리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유인상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흰 바닥과 원색 복장이 대비 효과를 냈다. ‘ㄷ’ 모양 LED 영상이 무대 상하로 움직이며 연출효과를 극대화, 눈길을 사로잡았다.

왕을 중심으로 왕비들의 춤이 군무로 형성된 ‘태평무’에서는 섬세한 발디딤에 시선이 집중됐고, 힘을 빼고 장단의 흐름을 타는 어깨의 활용이 다음 동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무용수 둘씩 짝을 맺고 푸는 조화를 선보인 ‘교방검무’에서는 태극을 상징하는 청·홍색 복장이 대비를 줬다. 무대가 암전되며 강렬한 조명으로 무대를 끝내는 순간 관객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 강원특별자치도립무용단의 정기공연 ‘무의 무아(舞의 無我)’가 지난 25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렸다.
▲ 강원특별자치도립무용단의 정기공연 ‘무의 무아(舞의 無我)’가 지난 25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조흥동류 ‘한량무’에서는 독무자로 시선이 모이도록 비대칭 구조를 강조한 동선과 부채를 펴는 순간의 멋이 드러났다. 정적 움직임에도 속도감이 느껴고, 화선지에 선을 긋듯, ‘무아’라는 철학적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출했다.

독무 위주로 공연된 춤들을 군무로 구성, 웅장함과 묘미가 남달랐다. 윤혜정 예술감독이 무대 위에 거대한 그림을 연출한 듯 보였다. 같은 동작도 무용수 위치와 방향 변화를 통해 밋밋함을 해결했다.

▲ 강원특별자치도립무용단의 정기공연 ‘무의 무아(舞의 無我)’가 지난 25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윤혜정 감독이 창작한 신전통춤 ‘소고춤’과 ‘맨손살풀이’도 ‘윤혜정류’로 새로 선보여 남다른 의미를 남겼다. 무속의 해원의식을 표현한 ‘맨손살풀이’에서는 한을 녹여내는 감정의 깊이가 드러났다. 무용수 위치가 ‘선’에서 ‘원’으로 변했고, 무용수들은 원소처럼 뭉침과 흩어짐을 반복했다. ‘나’이면서 ‘내’가 아닌 듯한 관계성이 구도적으로 표출됐다. 소고 돌리는 부분에서 느껴진 일부 부자연스러움은 절묘한 시나위 춤이 상쇄시켰다. 강원만의 전통춤을 계승하고 만들어 나가려는 도립무용단의 의지와 정체성이 엿보였다.

‘설장고’부터는 활력이 솟아났다. 앞선 무대가 궁중과 양반의 풍류를 보여줬다면 후반부에는 저잣거리의 시끌벅적함과 흥겨움이 흘러들었다.

▲ 강원특별자치도립무용단의 정기공연 ‘무의 무아(舞의 無我)’가 지난 25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렸다.

빠른 장고 가락은 꽹과리의 신명이 춤추는 조흥동류 ‘진쇠춤’으로 이어졌다. 일사불란한 화려함으로 대미를 장식한 ‘진도북춤’에서는 객석의 환호가 쏟아졌다.

다만 공연 중 대화나 전화벨 소리 울림 등 일부 관객의 관람 태도가 아쉬움을 남겼다. 관객 김태수 전삼척시립박물관장은 “한국 전통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미세한 발놀림부터 손동작까지 모든 것이 새로웠다”고 했다.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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