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쓰는 폐광지역 리포트] 27. 3·3 합의 28년…여전한 폐광지역

김정호 2023. 8. 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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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특법 시효 연장·연장·연장…불안함에 쫓겨간 사람들
1995년 폐광지역 개발 지원 특별법 제정
정선·태백·영월·삼척 지속적 인구 감소
2022년 17만명 선 폐특법 실효성 의문
한시법 한계 뚜렷 시효 폐지안 미통과
강원랜드 활성화·대체산업 개발 과제
▲ 2014년 정선 사북 뿌리관 광장에서 열린 워터월드 원안사수 투쟁 현장

3·3 합의 이후 28년이 지났지만 폐광지역은 여전히 존립의 기로에 서있다. 정부가 폐광지역 회생을 위해 제정한 ‘폐광지역 개발에 관한 특별법’은 더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탄광지역이 모두 문을 닫는 2025년 이전까지 폐광지역 존립을 위한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이 시행되자 많은 탄광이 문을 닫았다. 탄광에서 일하던 광부와 그들의 가족들도 지역을 떠나기 시작하며 지역이 소멸될 위기에 처하자 폐광지역 주민들은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크게 반발했다. 정부는 침체에 빠진 폐광지역을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1995년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폐특법’을 제정했다. 폐특법에는 탄광이 문을 닫는 지역을 폐광지역 진흥지구로 지정해 공적자금으로 개발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담겼다. 특히, 폐광지역 1곳에 내외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업을 허가해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국내유일의 내국인카지노인 강원랜드가 출범했다.

주민들의 피와 땀으로 쟁취해 낸 폐특법이 제정된 지도 벌써 28년이 지났다. 그동안 폐특법 시효는 3차례 연장됐다. 당시 폐특법은 1995년부터 2005

년까지 효력을 유지하도록 명시했고, 카지노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는 폐광지역에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2005년에도 폐광지역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2005년 법 개정을 거쳐 2015년까지 1차 연장됐다. 이후 2012년 재개정 절차를 거쳐 2025년까지 시효가 2차 연장됐고, 폐광지역에 지원하는 기금의 납부 한도도 카지노 이익금의 25%로 늘렸다.

▲ 2019년 2월 열린 가리왕산 동계올림픽 알파인경기장 케이블카 보존 집회 사진제공=고한사북남면신동지역살리기공동추진위원회


폐특법은 연장됐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폐광지역의 인구는 계속 빠져 나갔다. 1988년 44만1370명이 거주하고 있던 도내 탄광지역 4개 시군(정선, 태백, 영월, 삼척)의 인구는 폐특법이 시행됐음에도 2000년에는 23만8165명, 2022년 17만5542명까지 줄어들었다. 특히 태백은 지난 2022년 기준 특히 태백은 전국 229개 시·군·구 중 인천 동구(-4.9%), 충북 영동군(-3.8%)

에 이어 3.2%로 인구 감소율 전국 3위에 기록됐다. 정부는 다시 폐특법 시효를 연장하기로 했다. 폐특법 시효는 지난 2021년 다시 20년 연장돼 2045년까지로 늘어났다. 폐광지역 납부 한도도 카지노 이익금의 25%에서 카지노 매출액의 13%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폐광지역 기금이 늘어나는 성과를 얻었지만 페광지역 주민들은 실질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와 카지노 외의 추가 대안 창출이라는 과제는 남아 아쉽다는 반응이다.

김태호 고한사북남면신동지역살리기공동추진위원회(이하 공추위) 위원장은 주민들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기 위해서는 지역이 다시 발전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겨야 하는데 폐특법에는 시효가 있는 한시법이라 그런 기대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김태호 공추위 위원장은 “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10년이라는 시효기간만 폐특법이 유지되고 시효가 끝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겠다는 불안감 때문에 지역을 떠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법 적용시한을 두지 않은 제주도와 새만금의 경우 지역개발이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나 도내 폐광지역은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추위를 비롯한 폐광지역 주민들은 지난 28년간 정부를 상대로 토론회, 심포지엄, 집회 등을 통해 폐특법의 시효 폐지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요구는 시효 폐지 대신 20년 연장되는 선에 마무리됐다. 게다가 국내외 여러 지역에서 카지노를 준비하고 있거나 개장할 예정인 가운데 폐광지역 경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강원랜드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코로나19 등 감염병 사태와 해외 카지노 개발 등으로 인해 강원랜드 이용객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강원랜드 카지노 확장 등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 즐길 수 있는 이미지 변화를 통해 관광객을 더 유치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송계호 정선 사북신협 이사장도 “매년 강원랜드가 버는 많은 수익이 폐광지역의 미래 먹거리 개발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이 매우 아쉽다”며 “폐광지역 인구가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카지노 외에 대체 산업을 개발했어야 하는데 이익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고, 폐특법으로 지역 개발의 물꼬를 텄음에도 후속 조치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도내에 남은 탄광 3곳마저 문을 닫는다면 더 인구가 줄어들 것이 불보듯 뻔하다”며 “이제는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서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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