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이동관 방통위원장 시대 공영방송 장악 시나리오 뻔하다
미디어오늘 1416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공영방송과 전쟁을 선언했다. 정확히 따지면 공영방송 노동조합이 타깃이다.
이 위원장은 28일 취임식에서 “공영방송의 구조와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혁하도록 하겠다”면서 “공영방송은 상업적 운영방법과 법적 독과점 구조의 각종 특혜를 당연시하면서도 노영방송이라는 이중성으로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확산은 물론 국론을 분열시켜 온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KBS, MBC 등 공영방송을 '노영방송'으로 규정하고 바로잡겠다는 것은 노동조합을 때려잡는 것이 방송 정상화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이 위원장이 “공영방송에 대해서는 서비스·재원·인력구조 등의 개편까지 아우르는 공적 책무를 명확히 부여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 이행 여부도 엄격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방통위가 직접 칼을 꺼내들고 방송 내용에까지 깊숙이 개입해 말을 듣지 않으면 손을 보겠다는 협박에 가깝다.
과거 언론장악 전례로 비춰보면 이동관 방통위원장 체제 아래 공영방송 미래를 그릴 수 있다. 당장 구성원들의 반발이 커지면 그걸 빌미로 법적 시비를 걸어 퇴출시키고 자기 사람으로 채우는 사전 정지 작업이 예상된다.
첫번째,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해임 절차를 마무리하고 사장 교체 국면에 본격 돌입한다. 공영방송 사장 공모 절차에서부터 공정성 요소를 없애버릴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기존 KBS 사장 후보자는 비전발표회에서 시민참여단의 평가를 받도록 했는데 해당 절차를 없애고 이사회 밀실 면접 심사로만 치러질 수 있다.
두번째, 사장 교체가 마무리되면 방송사 주요 보직 간부 인사 역시 칼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MBC 사례를 보면 부사장 선임부터 경영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는 각 부문 본부장을 내정하는 단계에서부터 갈등이 극대화됐다. 신임 사장 '키드'들로 이뤄진 등기이사 명단을 방송문화진흥회 야당 추천 이사들이 퇴장한 가운데 일방 표결로 처리한 바 있다. 보도 부문의 핵심인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첫 얼굴에도 관심이 쏠리는데 과거 언론장악 '부역자'로 이름을 날린 인사들로 구성될 것으로 점쳐진다.
세번째, 조직 갈등을 확산시키기 위해 기존 등기이사들에 대한 각종 법적 시비, 예를 들어 업무상 배임 혐의나 손해배상 책임을 청구할 수 있다. 꼬투리를 잡고 흔들어 구성원들이 반발하도록 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경영진의 일방 운용과 잘못을 지적하면 무단협이나 업무 배제 카드를 활용하고 또다시 반발하면 해고 및 징계 카드를 꺼내는 식이다. 내부 갈등으로 몰고간 뒤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명분으로 각종 소송 대응을 통해 고립시키는 전략이다.
네번째, 방송에 대한 직접 개입이다. 뉴스 제작 단계에서부터 방송 공정성 시비가 빈번하게 벌어질 수 있다. 리포팅 문구의 수정 및 삭제를 포함해 시사 프로그램의 신설과 폐지 등이 포함된다. 실제 2010년 이명박 정부 김재철 사장 시절 <후플러스> <김혜수의 W>가 폐지됐고 PD수첩 제작진을 타 부서로 발령내고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 시사라디오 프로그램도 척결 대상이 될 전망이다. 벌써부터 구체적인 프로그램 진행자와 패널 퇴출 명단이 거론되고 있다.
다섯번째, 국민 신뢰를 잃은 몰락의 길로 들어서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2017년 김장겸 사장은 '품격있는 젊은 방송'을 표방했지만 각종 공정성 이슈에 휘말리면서 메인뉴스 시청률이 급락했다. 전임 안광한 사장 체제에서 세월호 참사 축소 보도와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보여준 편파 보도로 인해 국민 신뢰를 잃더니 김장겸 사장 체제에 들어서 받아든 성적표는 4%대 시청률이었다.
위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좋겠지만 이동관 위원장 취임사를 놓고 봤을 때 훨씬 강도높게 공영방송 때려잡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종은 망가진 공영방송을 시장 논리를 내세워 민영화하는 방안이 있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저항이 그것이다. 과거 해고와 징계에 맞서 맞불 소송을 냈고 패소한 적이 거의 없다. 보도 공정성도 방송사 노동 조건 개선 사항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저항은 그 자체로 정당하다. 탄압이 거셀수록 공영방송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암흑의 길에 들어선 공영방송 추락은 익히 봐왔지만 그 댓가는 반드시 정권으로 돌아갔다는 걸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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