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홀란드에게 리버풀 유니폼 사인을 부탁해봤습니다

최용재 기자 2023. 8. 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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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현존하는 세계 최고 슈퍼스타 엘링 홀란드. 그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수많은 팬들이 몰린다.

홀란드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사인을 받는 팬들이 많다. 사진을 요청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경기장 혹은 훈련장. 아니면 계획된 팬 행사라든지. 이곳에서 대부분의 팬들이 홀란드 유니폼에 사인을 받거나, 홀란드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는다. 아니면 맨시티 유니폼이나. 

그런데 계획된 곳이 아니라 우연히 홀란드와 마주친다면? 홀란드가 내 눈앞에 등장할 것을 상상하지 못했던 일. 홀란드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항상 홀란드 유니폼을 입거나, 맨시티 유니폼을 가지고 다닐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럴때면, 사인을 받을 마땅한 무언가를 빨리 찾아야 한다.

지금 소개하는 두 번의 경우를 보자. 

만저 지난 6월 홀란드가 조국인 노르웨이를 방문했다. 유로 2024 예선을 뛰기 위해서. 그런데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다. 길거리를 걷다 우연히 홀란드를 발견한 한 소년. 흥분한 나머지 맨시티 유니폼을 갖고 있지 않았으면서도, 마땅한 다른 무언가를 찾지 않은 채 그대로 홀란드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홀란드는 당황했다. 왜? 그 소년이 입은 유니폼은 빨간색이었다. 무언가 불안한 색상이다. 홀란드가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색상. 역시나 소년의 유니폼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이었다.

그런데 그 소년은 억울할 수 있다. 맨유 팬이기는 하지만 노르웨이 국민으로 노르웨이 간판 스트라이커 홀란드의 팬이기도 하다.

홀란드는 센스를 발휘했다. 홀란드는 맨유 유니폼을 입은 소년 팬과 사진을 찍어준다. 하지만 그냥 찍어주지 않았다. 홀란드는 사진을 찍는 이에게 잠시 멈추라며 시간을 번 후, 손으로 맨유 엠블럼을 완벽하게 가렸다. 그 누구도 맨유 유니폼인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그리고 소년에게 한 마디 던졌다.

"새 유니폼을 사라!"

최근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했다. 홀란드는 노르웨이를 찾았고, 유스와 프로 데뷔를 한 브뤼네 FK를 방문했다.

또 우연히 길거리를 걷던 한 소년은 홀란드를 발견했다. 흥분한 나머지 맨시티 유니폼을 갖고 있지 않았으면서도, 마땅한 다른 무언가를 찾지 않은 채 그대로 홀란드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이번에는 홀란드에 사인을 부탁했다. 그것도 자신이 입고 있는 유니폼에. 홀란드는 당황했다. 왜? 그 소년이 입은 유니폼이 이상했다. 무언가 불안했다. 홀란드가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유니폼이었다. 소년의 유니폼은 리버풀 유니폼이었다. 등에 알리송 베커라는 이름이 새겨진.

그런데 그 소년은 억울할 수 있다. 리버풀 팬이기는 하지만 노르웨이 국민으로 노르웨이 간판 스트라이커 홀란드의 팬이기도 하다.

홀란드는 어떻게 했을까. 사진을 찍어주는 것과 다른 반응이었다. 홀란드는 사인을 거절했다. 왜 그랬을까. 맨유 유니폼과 사진은 찍어줬으면서, 리버풀 유니폼에 사인은 할 수 없었다. 사인이라는 기록이 남아서일까. 맨유 엠블럼은 손으로 가렸지만, 사인은 그럴 수 없었다. 아니면 맨유보다 리버풀이 더 싫어서일까. 

홀란드는 이렇게 설명했다. 그것도 환하게 웃으며. 치명적인 미소를 드러내며.

"리버풀 유니폼에는 사인을 할 수 없어. 미안해. 다음에 맨시티 유니폼을 가져오면 내가 꼭 사인해줄게!"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엘링 홀란드.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데일리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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