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지현]스스로 국회 문 닫고, 정치를 포기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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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 오후 국회 본회의 시작을 10분 앞두고 국회의장실이 갑자기 어수선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8월 임시국회 종료일을 31일에서 25일로 앞당기는 안건을 여야 협의 없이 단독으로 올리기로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러 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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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 1당이자, 제1야당인 민주당이 스스로 국회 문을 닫으려고 안달이 난건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한 만큼, 비회기 기간을 만들어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곧장 영장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표결 과정에서 부각될 당내 갈등과, 가결이든 부결이든 논란이 될 표결 결과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려는 계산일 것이다. 민주당은 국회 문만 조기에 닫을 수 있다면 여당에서 반대하는 노란봉투법과 방송법 처리도 미룰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당내에서조차 “이재명 한 명 때문에 당론으로 추진하던 법안마저 한 수 접는 것이냐”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국민의힘에서도 “민생이 시급한 시점에 이재명 사법리스크 최소화 궁리에만 매몰돼 국회를 내팽개쳤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결국 거야(巨野)의 뜻대로 8월 임시국회는 25일로 끝이 났다. 세비를 받고 일하는 의원들이 제 손으로 국회 문을 걸어 잠근 것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이라며 외쳤던 ‘민생’은 2023년 8월 마지막 주에는 내팽개쳐도 되는 것인가.
민주당은 심지어 회기 중에도 이미 국회 밖 ‘장외투쟁’을 병행해 왔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규탄한다며 국회가 열려 있던 22일부터 ‘100시간 집중 대응’에 돌입한 것. 이날 민주당 의원들의 주한 일본대사관 항의 방문을 시작으로 23일 촛불집회, 25일 거리행진, 26일 총집결대회, 27일 후쿠시마 현장 집회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돌아오는 주말인 9월 2일에도 두 번째 총집결대회에 나선다고 한다. 국회 안에서의 정치를 포기하고 정쟁을 찾아 거리로 나간 모양새다. 예정에 없던 장외투쟁을 졸속으로 진행하려다 보니 온통 실수투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내에선 “할 거면 진정성을 갖고 제대로 하든가, 주먹구구식으로 우왕좌왕하느라 시간만 허비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거리로 나간 민주당 내에선 ‘대통령 탄핵’ 구호도 심상치 않게 들려온다. 촛불집회에서도, 거리행진에서도 참석자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 168석으로 윤석열 탄핵을 발의하자, 민주당 단독으로 가능하다”는 글을 이틀 연속 올렸다.
최근 만난 한 민주당 의원은 “요즘 우리 당은 정치를 포기한 것 같다”고 한탄했다. 여야 간 갈등과 이견을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정치인데, 의원들이 이를 스스로 놓아버린 채 ‘안 되면 탄핵’부터 외치고 본다는 푸념이었다. 국회 문도 자기들 내키는 대로 닫아버리는 이들에게 애초에 정치를 해주길 기대했던 것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김지현 정치부 차장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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