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복숭아 라이브 드로잉

2023. 8. 2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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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듯 붉은 사람의 얼굴을 닮아서인지, 복숭아는 "무해한"이라는 형용사와 자연스레 어울린다.

무해한 복숭아의 시, 그러니까 이 시는 누군가 떠난 곳에 묵묵히 남은 사람의 것이다.

그 간절한 생동의 시간을 "라이브 드로잉"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다.

아마도 그는 인연의 책임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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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규
무언가 갑자기 떠오른 사람처럼 한 사람이 자리를 떠났다 같은 생각을 떠올리지 않은 나는 자리를 지켰다 열두 번째 나무 아래 오래 서서 복숭아 열매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차오르는 생각 혹은 열매, 펜을 들고 있지 않았지만 복숭아 라이브 드로잉은 계속되었다 드로잉이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물러야만 할 것 같았다 무해한 복숭아를 응원하기 위해 무럭무럭 차오르는, 물큰
수줍은 듯 붉은 사람의 얼굴을 닮아서인지, 복숭아는 “무해한”이라는 형용사와 자연스레 어울린다. 무해한 복숭아의 시, 그러니까 이 시는 누군가 떠난 곳에 묵묵히 남은 사람의 것이다. 그는 하필 복숭아나무 아래 있고, 천천히 “무럭무럭 차오르는” 열매를 바라보고 있다. 응원하고 있다. 그 간절한 생동의 시간을 “라이브 드로잉”에 비유한 것이 재미있다.

“드로잉”이 끝날 때까지, 설된 마음이 무르익을 때까지 그 자리 그대로 머문 이는 어떤 사람일까. 소중한 이가 떠난 자리에 남아, 그와의 이야기를 흘려보내지 않고 계속해서 돌보는 사람. 아마도 그는 인연의 책임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그 순정함은 얼마나 귀한 것인지.

8월의 끝, 이제 복숭아의 계절이 저물어간다. 딱딱한 복숭아냐, 물렁한 복숭아냐, 장난스레 편을 가르고 웃음을 나누던 일도 잠시 접어 두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여름내 무성해진 복숭아나무의 가지를 다듬어야 할 때. 가을 전지는 다음 복숭아를 위한 첫 발짝이라고 한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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