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 없이 '독고탁' 캐릭터 과자 포장에 쓴 업체…유족이 이겼다

'독고탁' 전시회 포스터./사진=한국만화박물관

1980년대 인기 만화 캐릭터 '독고탁'을 무단으로 쓴 과자 업체가 유족에게 손해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박찬석 부장판사)는 고(故) 이상무(본명 박노철) 작가의 유족이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과자 업체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A사가 과자 포장지에 독고탁 캐릭터를 사용한 대가로 유족에게 2500만원을 지급하고, 독고탁 캐릭터가 그려진 4개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 작가는 2005년 9월 A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2009년까지 독고탁 그림 16점을 그려줬다. A사는 독고탁 그림으로 만든 상표 3개를 출원·등록했다.

2016년 이 작가 사망으로 지적재산권을 상속한 딸 박슬기 독고탁컴퍼니 대표는 2017년 A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새로 맺었다. 하지만 1년 뒤 갱신하지 않아 종료됐다.

그런데도 A사가 독고탁 캐릭터를 계속 사용하자 박씨는 2020년 "허락 없이 상표를 등록·출원하고 상품 포장에 사용했고 그려준 그림도 일부 무단 변경해 쓰면서 작가 이름을 표기하지 않았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A사 측은 "그림 아이디어를 제공했기 때문에 공동 저작권이 있다"며 "그림마다 100만~200만원씩 총 2200만원을 지급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사 측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기획을 담당했다고 볼 만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며 "이를 상속한 박 대표가 지적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2005~2007년 설·추석에 각 100만원씩 지급한 사실만 인정할 수 있다"며 "창작 난이도 등을 보면 저작재산권 양도나 계속적 이용 허가 대가로 볼 만한 액수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저작인격권은 작가가 사망하면 소멸하기 때문에 손해배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일부 그림에 대해서는 실제 사용된 적이 없다며 금지 청구를 기각했다.

양측 모두 판결에 항소했다. 서울고법에서 2심이 열린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