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도 아니고 18원에 공장 넘기라고?”…하이네켄도 르노도 당했다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3. 8. 2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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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네켄·다농·칼스버그 사실상 압류
해외기업 매각승인 보류, 기부금 강요
FT “유럽기업만 143조 손실”
1유로 코인의 모습 [사진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정부는 자국내 고용 안정을 내세워 외국기업에 대한 사실상 강제 국영화에 나서고 있다. 기업 매각 승인을 거부한 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인들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 생활용품 및 포장재 업체인 아르네스트는 지난 25일 글로벌 맥주회사인 하이네켄의 러시아법인 ‘암스텔’을 단돈 1유로에 인수했다.

이에 앞서 미국계 컨테이너 및 알루미늄캔 제조사인 볼코퍼레이션의 러시아법인도 인수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네켄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같은해 3월부터 철수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직원들의 고용보장 조건 등이 맞는 인수자를 찾아 실제 매각에 이르는 데는 18개월가량이 걸렸다.

돌프 판덴브링크 하이네켄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바란 것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으나, 이번 거래를 통해 직원들의 생계를 지키고 더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러시아에서 떠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네켄은 러시아법인 매각으로 약 3억유로(4300억원)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지난해말 르노자동차는 1루블(약 18원), 닛산자동차는 1유로(약 1400원)에 러시아법인을 현지업체에 넘기고 철수했다.

최근에는 매각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압류가 진행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러시아정부는 지난 4월 핀란드 포텀과 독일 유니퍼 등 에너지업체를 강제 압류해 국유화시킨 데 이어 지난달에는 프랑스 유제품업체 다농과 덴마크 맥주회사 칼스버그(발티카)의 러시아법인도 압류했다.

특히 두회사는 러시아법인 매각절차를 밟고 있었지만 매각승인이 아닌 압류통보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다농 러시아’ 대표에는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러시아연방 산하 체첸 공화국의 야쿠프 자크리예프 농업부 장관을, 발티카 임원에도 푸틴 측근세력인 코발추크 형제의 지인인 타이무라즈 볼로예프가 임명됐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러시아는 자국민 고용안정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 비우호국 기업의 자산을 강제로 빼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방기업이 철수할 경우 기업가치의 50%이하로만 매각승인이 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올해 3월에는 매각시 기업가치의 10%를 정부에 강제기부하는 ‘출국세’조항도 신설했다.

FT는 “기업들이 매각 대금일부를 출국세로 지불할 경우 러시아의 전쟁자금을 지원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기업들이 사실상 공짜로 러시아 자산을 매각하는 이유인 셈이다.

우크라이나 키이우경제대학 자료에 따르면 전쟁 전 러시아에 있던 유럽 소유 기업은 1871개였으며, 현재 50%가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가 이달초 발표한 새역사교과서는 외국기업의 철수를 자국에 긍정적인 기회로 묘사했다.

교과서는 “외국기업의 철수 후 많은 시장이 여러분 앞에 열려있다”며 “오늘날 러시아는 진정한 기회의 땅으로, 이 기회를 놓치지말라”고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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