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시간의 훈련으로 만들어진 굳은살…배드민턴 여제가 된 안세영
공격 약한 반쪽 선수 극복하려
겨드랑이 10cm 떨어지게 교정
습관 바꾸려 3년간 맹훈련해
어깨 전체 사용 큰 스윙 만들어
스피드 늘며 ‘완성형 선수’에
예측 수비, 영리한 경기운영
AG·올림픽 금메달 전망 밝아
안세영은 지난 27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로열 아레나에서 막을 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선수권대회 2023 여자 단식 정상에 올랐다. 카롤리나 마린(6위·스페인)과 천위페이(3위·중국) 등을 연이어 제압한 그는 1977년 시작한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첫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2017년 12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5세의 나이로 당당히 태극마크를 단 안세영은 배드민턴 천재 소녀로 주목받았다. 기대주 꼬리표를 떼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19년 코리아 마스터스 등 5승을 차지하며 BWF 신인상을 받은 그는 세계랭킹 9위로 올라섰다.
세계 최고를 꿈꾸는 안세영에게 만족이란 없었다.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며 연습에 매진한 그는 마침내 지난달 31일 세계랭킹 1위가 됐다. 올해 안세영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포함해 8승을 차지한 원동력은 약점으로 꼽혔던 공격력이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안세영은 수비 능력을 앞세워 승리를 따내는 수비형 선수였다. 수비력에 비해 공격력이 좋지 않아 반쪽짜리 선수라는 평가가 안세영의 이름 뒤에 붙기도 했다. 그러나 안세영은 올해 완전히 달라졌다. 공격시 오른 어깨 전체를 사용하는 스윙으로 교정한 그는 공격과 수비 모두를 잘하는 무결점 선수가 됐다.
안세영의 소속팀 삼성생명 배드민턴단 길영아 감독은 “안세영은 올해 한 단계가 아닌 세 단계 이상 실력이 급상승했다. 약점으로 꼽혔던 공격력이 이제는 어떤 선수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오른 겨드랑이를 붙인 상태에서 배드민턴 채를 휘둘러 공격의 위력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오른 어깨 전체를 사용하는 큰 스윙을 장착했고 상대가 반응하지 못할 만큼 셔틀콕 스피드가 빨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세영의 새로운 스윙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길 감독을 비롯한 배드민턴 관계자들은 최소 3년 이상의 노력이 쌓여 완성된 결과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길 감독은 “손으로만 휘두르는 스윙에서 오른 어깨 스윙으로 바꾸기 위해 안세영은 수천시간을 투자했다. 최근 몇 년간 안세영의 오른손에는 굵은살이 박여 있을 정도”라며 “오랜 습관을 버리고 실전에서 오른 겨드랑이를 10cm 벌린 상태에서 자신 있게 스윙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코스 구석구석에 꽂히는 지금의 스윙은 안세영의 남다른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 주목해야하는 건 안세영의 최근 수비 장면이다. 길 감독은 “과거에는 몸을 던지면서 수비하는 장면이 많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상대가 어디로 공격할지 먼저 예측하고 한 발 먼저 움직이는 수비를 한다”며 “탁월한 수비력에 영리한 경기 운영까지 더해져 수비 상황에서 웬만해서는 점수를 내주지 않게 됐다. 수비 실력도 예년과 비교하면 한 단계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안세영이 세계 최고가 되는 데 소속팀 삼성생명의 아낌 없는 지원도 한몫했다. 2020년 겨울부터 삼성생명에서 활약하고 있는 안세영은 특별 운동 프로그램, 식단, 멘탈 코치 등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필요한 전폭지원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1년 또는 2년이 아닌 5년, 10년 등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안세영을 후원하고 있다”며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파리 올림픽에서도 안세영의 선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3개(여자 단식, 남자 복식, 혼합 복식), 동메달 1개(여자 복식)를 기록해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 배드민턴 복식 간판 서승재는 혼합 복식과 남자 복식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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