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셔틀콕 부활…다시 ‘황금 세대’
단식 최초 정상 오른 안세영 필두로 여자복식 동메달 포함 ‘3금·1동’
혼합복식은 세계 1위 꺾어…이용대 이후 주춤했던 남자복식도 기지개
한국 배드민턴이 완전한 부활을 선언했다. 아시안게임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처음으로 3개 종목을 휩쓸었다.
배드민턴 대표팀은 지난 2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끝난 2023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세계개인선수권대회에서 혼합복식, 여자단식, 남자복식 금메달을 차례로 따냈다. 김소영-공희용의 여자복식 동메달까지 4개 종목에서 입상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과 함께 3대 빅이벤트로 불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배드민턴이 3개 종목을 제패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세 종목 우승 모두가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혼합복식에서는 서승재-채유정이 20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했다. 2003년 이 대회에서 김동문-라경민이 우승한 이후 한국은 세계선수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용대-이효정도 2009년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에 그쳤다. 2010년 고성현-하정은, 2013년 신백철-엄혜원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그 뒤로는 4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서승재-채유정이 결승에서 꺾은 정쓰웨이-황야충(중국)은 세계랭킹 1위이며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지난 3월 전영오픈 결승에서 이들을 만나 패한 서승재-채유정은 상대전적 9전 전패 끝에 첫 승을 세계선수권에서 이뤄냈다.
남자복식에서는 서승재-강민혁(세계 6위)이 9년 만에 우승했다. 한동안 남자복식은 한국 배드민턴의 거의 유일한 1위 종목이었다. 이용대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정재성에 이어 유연성과 호흡을 맞추며 세계 랭킹 1위를 유지했다. 이용대와 함께 고성현, 신백철, 김사랑 등이 태극마크를 내려놓으면서 정체기로 향했던 남자복식은 서승재-강민혁을 통해 부활하고 있다. 2014년 고성현-신백철이 금메달, 유연성-이용대가 은메달을 딴 이후 9년 만에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안세영의 사상 첫 단식 우승이 한국 배드민턴의 기를 확 끌어올리고 있다. 안세영은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세계 2위)를 밀어내고 세계랭킹 1위가 된 뒤 처음 나선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며 남녀를 통틀어 한국 배드민턴 단식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우승 희망은 매우 커졌다. 안세영은 최근 여자단식 강자들을 전부 쓰러뜨리고 있다. 6월 싱가포르오픈 결승에서 당시 세계 1위였던 야마구치를 꺾고 우승한 안세영은 7월 코리아오픈에서 천위페이(중국·세계 3위), 타이쯔잉(대만·4위)을 4강과 결승에서 꺾었고, 일본오픈 결승에서는 허빙자오(중국·5위)를 눌렀다. 세계랭킹 5위 안의 선수들을 두 달 사이 차례로 전부 꺾은 안세영은 특히 ‘천적’ 천위페이를 이번 대회 4강에서 다시 만나 처음으로 2-0으로 꺾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카롤리나 마린(스페인·6위)이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안세영은 결승에서 마린마저 2-0(21-12 21-10)으로 간단히 제압했다.
안세영은 올시즌을 앞두고 “모든 등급별 대회를 전부 우승해보는 것이 내 목표다. 이제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올림픽이 남았다”고 했다.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그 첫걸음을 뗐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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