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 차기 대표 경영계약서에 ‘구현모식 연임 방지’ 못 박았다
사측 대표해 김영섭 후보와 ‘체결’
1심서 벌금형 이상 선고받은 경우
이사회 자체 결의로 ‘미응모’ 권고
사실상 연임 ‘원천봉쇄’ 조항 삽입
이사회 오작동시 리더십 외풍 취약
‘정부·여당 입맛대로’ 인사도 우려
김영섭 KT 대표이사 후보와 사측을 대표해 이사회가 체결한 경영계약서에 임기 중 발생한 불법행위로 1심에서 벌금형 이상이 선고되면 사실상 연임을 금지하는 조항이 삽입됐다.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쪼개기 후원에 연루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구현모 전 대표 사례를 의식한 내용으로 보인다. 앞서 KT 출신인 구 전 대표는 연임이 확정됐다가 여권으로부터 “내부 카르텔”이라고 비판받은 끝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KT 이사회는 또 김 후보의 뒤를 이을 후임 대표이사 육성 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할 수 있게 하는 등 자신들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28일 김 후보가 사측과 체결한 경영계약서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김 후보가 임기 중 직무와 관련된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거나 불법한 행위를 함으로써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히고, 그런 행위로 인해 1심에서 벌금 이상의 형이 선고된 경우 이사회 결의로 연임에 응모하지 않을 것을 권고할 수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7월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 전 대표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그는 KT 전·현직 임원들이 비자금을 조성한 뒤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사건에 연루됐다. 당초 구 전 대표는 이런 문제에도 연임 가도에 이상이 없었지만 지난 2월 여권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치자 연임을 포기했다.
경영계약서에는 김 후보가 불법행위를 저질러 1심에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주주총회를 통한 해임 절차를 밟기 전에 KT 이사회가 자체 결의로 사임을 권고할 수 있고, 김 후보는 이를 따라야 한다고 적혀 있다.
KT 관계자는 “형사재판에서 통용되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고려해 법원 1심 판결을 기준으로 삼았지만 사실상 구 전 대표처럼 기소되면 연임을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후계 구도 역시 KT 이사회 내락 없이 함부로 정할 수 없게 했다.
김 후보는 차기 대표 후보 육성·관리 계획과 승계 후보 임면에 관한 사항을 8명의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경영계약서에는 김 후보가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을 보장하며, 사외이사 선임 절차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KT는 오는 30일 주주총회를 열어 김 후보 선임과 함께 해당 경영계약서 승인 안건도 표결에 부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경영계약서에 ‘이사회 권고사항’이라고 돼 있지만 ‘대표가 지켜야 할 의무사항’으로 읽힌다”며 “이사회가 건전하게 운영된다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잘 작동하겠지만 오작동할 경우 대표 리더십이 외풍에 취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예컨대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등을 통해 입김이 미칠 경우 자칫 정부·여당 입맛에 맞는 대표나 사외이사를 선출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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