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제한·출시 연기…‘50년 주담대’ 고민 빠진 은행권

권정혁 기자 2023. 8. 28.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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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원인’ 지목 금융당국, 현장 종합점검·만기 손질 등 예정
농협은행·경남은행 ‘판매 중단’…은행연합회 “당국 안내 기다려”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가계부채가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지목해 칼을 빼든 가운데 각 은행들이 대응방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현재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판매를 중단하거나 정책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처럼 가입연령 제한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품 출시를 앞둔 은행은 출시 일정을 미루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오는 31일까지 접수분을 끝으로 9월부터는 ‘채움고정금리모기지론’(50년 고정·변동금리 혼합)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앞서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출시했다. BNK경남은행은 그보다 이른 28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가입연령 제한을 두기로 한 은행들도 있다. Sh수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만 34세 이하 대출자에게만 50년 만기 주담대를 내주고 있다. 대구은행도 이번주 중 같은 기준의 연령 제한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50년 만기 주담대에 가입연령 제한 등을 검토하고 있다.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 출시를 앞뒀던 BNK부산은행은 출시 일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신한은행과 광주은행은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할 때부터 각각 만 34세, 만 50세 이하로 나이 제한을 뒀다.

인터넷은행업권도 대응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5일부터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에 연령 제한(만 34세 이하)을 설정하기로 했다. 기존에 아파트담보대출(아담대)을 취급하던 케이뱅크는 아담대에 이어 50년 만기 주담대 출시를 검토했으나 주담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유일하게 주담대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 토스뱅크는 다음달 출시할 전월세자금대출 상품 이외 주담대 상품 판매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감독당국에서 검토한 사항을 이번주 내로 안내한다고 해서 기다리는 중”이라며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은행별로 실행방안을 정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 4월부터 증가세를 보이자 오는 10월까지 가계대출 상품을 판매한 은행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취급실태 현장 종합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의 산정만기도 손볼 예정이다. 가령 약정만기가 50년이더라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계산할 땐 30~40년 등 50년 미만 축소된 만기를 적용하는 식이다. 산정만기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축소할지는 이달 말 확정할 방침이다. DSR은 금융회사의 모든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계산하는데, 산정만기를 줄이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나 DSR이 오르면서 대출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되면서 시중은행에서도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판매하게 됐는데,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주로 집값이 오르면서 대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면서 “가계부채 주범이라고 보기엔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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