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미룬 반쪽짜리 국가 책임?…“기재부가 법 위반”
[KBS 제주] [앵커]
제주4·3 생존희생자와 유족들의 치유를 위한 '제주4·3 트라우마센터'가 내년부턴 '국립 국가폭력 트라우마센터 분원'으로 옷을 갈아입습니다.
국립 시설로 승격돼 정부가 운영하기로 한 건데요.
그런데 KBS 취재 결과, 기획재정부가 운영 예산 절반을 제주도에 부담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1960년, 지금으로부터 62년 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4·3의 아픔을 가진 할머니들이 대사에 맞춰 인형을 움직입니다.
유년 시절에 가진 상처를 극으로 풀어내며 치유하는 겁니다.
3년 전부터 행정안전부와 제주도가 시범 운영하는 4·3트라우마센터 프로그램입니다.
생존희생자 65명 등 이곳을 거쳐 간 이용자는 천3백여 명에 이릅니다.
사업 규모가 작다 보니 7백 명 정도가 아직도 대기할 정도입니다.
[김성한/4·3트라우마센터 부센터장 : "시범 운영 기간이기 때문에 장소가 비좁다고 할 수가 있죠. 프로그램을 전체적으로 오전 오후 할 수도 있는데, 예산도 조금 부족한 가운데 있어서."]
이 트라우마센터가 내년 상반기부턴 '국립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센터 제주분원'으로 승격돼 운영됩니다.
현재 13명인 직원을 20명으로 늘리고 2026년엔 신축 청사도 건립한다는 계획입니다.
한 해 센터에 필요한 운영비는 12억여 원,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이 가운데 절반만 편성해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시범 운영 때처럼 제주도에서 부담하도록 한 겁니다.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국립 시설 취지에 맞지 않고, 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방자치법에는 국가의 부담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송재호/국회의원 : "국립트라우마센터 운영비를 국비 대 지방비 5대 5로 편성한 것은 법을 위반한 것이고요. 이번 정기 국회 때 반드시 바로잡아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4·3 추념식에서 생존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국가가 책임 있게 어루만지겠다고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
그 책임이 반쪽에 그치진 않을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 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그래픽:고준용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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