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사용 비중 늘리는 독일, 영어 사용 제한하는 북유럽
“글로벌 기업 유치와 이민자 노동자 확보”
네덜란드·덴마크 등 “모국어 경쟁력 키워야”
유럽연합(EU)의 주축인 독일이 글로벌 기업 유치와 이민자 노동력 확보를 위해 영어 사용 비중을 갈수록 늘리고 있다. 반면 유럽에서 영어 구사력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북유럽 국가들은 언어 생활에서 영어가 차지하는 독점적 지위에 대한 반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도이체벨레(dw) 보도에 따르면 독일 신호등 연정(사민당·녹색당·자유민주당)은 지난 18일 국제상법에 따라 기업 간 분쟁을 전담하는 법원인 상사법원을 확대하고, 당사자들이 동의할 경우 재판 절차를 모두 영어로 진행하도록 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마르코 부슈만 법무장관은 입법 취지와 관련해 “독일은 글로벌 기업들이 활동하는 곳이지만 지금까지 영어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옵션이 제한돼 있었다”면서 “우리는 이를 바꾸려 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기업 간 분쟁 관련 법률 시장의 강국인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서 생긴 시장 공백을 차지하는 한편 글로벌 기업 유치를 가속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dw는 전했다.
노동력 부족 해소를 위해 영어를 행정기관 공용어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독일 연방의회는 지난 6월 40만명의 추가 노동력을 확보하고자 숙련 노동자의 이민을 활성화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이와 관련해 연정에 참여 중인 신자유주의 성향 정당 자유민주당(FDP)은 이민 노동자들의 편의를 위해 영어를 행정기관 공용어로 지정하고 모든 서류를 영어로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 공무원노조(DBB)는 이미 행정기관에서 영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면서 행정력 낭비라는 입장이다. 여당인 사민당과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도 반대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영어 사용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독일 정치인들은 2009년 당시 기도 베스터벨레 외무장관이 영어로 답변해달라는 BBC 기자의 요청을 거절해 구설에 오른 바 있고, 2021년 물러난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도 재임 16년 동안 영어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dw는 그러나 “그런 시절은 예전에 지나갔다”면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이나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무장관,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 등 여러 최고위 관리들은 영어 실력을 자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스웨덴 교육기업 EF에듀케이션의 국가별 영어구사력지수(EPI)에 따르면 2022년 독일인의 영어 실력은 111개국 중 10위를 차지했다.
반면 2022년 EPI 세계 1위인 네덜란드, 4위 노르웨이, 5위 덴마크는 자국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영어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지는 추세다.
네덜란드 교육부는 지난 6월 대학 학부 과정의 3분의 2는 네덜란드어로 수업해야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고등교육 수업에서 영어 비중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네덜란드어 위상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네덜란드 교육부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 7월 네덜란드 연정이 붕괴되면서 실행이 불투명해진 상태다. 덴마크 정부는 2021년부터 영어로만 진행되는 대학 강의 수를 제한하고 있다.
야누스 모르텐센 코펜하겐대학교 교수는 이코노미스트에 코펜하겐대는 정교수들에게 덴마크어로 진행하는 강의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의 오슬로대학교는 노르웨이어를 강의에 사용하는 주 언어로 삼고, 영어는 필요한 경우 보조적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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