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란 듯…일본, 군사력 강화에 속도
방위비 증강에 대형 방산업체들도 속속 일본에 들어와
위축됐던 자국 방위산업 성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
지난해 3대 안보문서를 개정하고 방위비를 증강한 일본이 미국의 중국 견제 움직임에 발맞춰 군사력 강화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미·일의 최대 규모 훈련인 ‘레졸루트 드래건’은 오는 10월 중국·대만과 인접한 난세이 제도에서 처음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록히드마틴을 비롯한 서구의 대형 방위산업체들도 일본 내 활동을 강화하고 있어, 지역 내 방위산업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케이신문은 28일 미국 해병대와 일본 육상자위대가 일본에서 실시하는 최대 규모 군사훈련인 레졸루트 드래건이 오는 10월 처음으로 가고시마현 아마미오시마 등 난세이 제도에서 진행된다고 보도했다. 중국 및 대만과 가까운 난세이 제도는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유사상황 발생 시 주요 군사 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레졸루트 드래건은 미·일이 난세이 제도를 방어하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으로 2021년 시작됐다. 미사일 등을 장비한 소규모 부대가 분산 전개해 중국의 미사일에 대항하는 미 해병대의 작전 구상이 반영됐다. 그간 홋카이도와 혼슈 동북부 미야기현 등지에서 치러져왔으나, 올해는 유사시 전선이 될 난세이 제도 내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엄중해진 안보 환경을 반영하고, 미·일이 공동으로 중국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려는 취지로 분석된다. 미·일 양측은 이미 지난달 10~17일 도상훈련을 실시했으며, 실제 병력을 이동하는 훈련은 10월14~31일 진행하게 된다.
일본은 이번 훈련에 육상자위대는 물론 해상자위대와 항공자위대 전력도 일부 투입해 병참훈련과 종합화력유도훈련 등을 벌일 예정이다. 규슈 오이타현 히주다이 연습장에서는 양국 병력 약 2320명이 대함·대공 전투훈련과 사격훈련 등을 진행한다.
일본은 최근 방위비를 늘린 뒤 대형 방위산업체들의 주된 시장이 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 록히드마틴은 올해 아시아 총괄 거점을 종전 싱가포르에서 일본으로 옮겼다. 일본을 거점으로 한국과 대만 시장 등을 관할한다는 방침이다. 록히드마틴은 그간 군사 분쟁이 잦은 동남아시아 지역에 주로 관심을 뒀으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중국의 대만 위협 등으로 동아시아의 긴장감이 고조되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록히드마틴과 함께 세계 최대 항공 방위산업 기업으로 평가받는 BAE시스템스도 아시아 거점을 말레이시아에서 지난해 설립한 일본 법인으로 연내에 이관할 계획이다. 일본이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진행하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BAE는 향후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과 제휴를 강화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 밖에 미국 L3해리스 테크놀로지는 지난해 6월 일본에 법인을 세웠고,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협력해온 프랑스 탈레스는 사업을 함께할 새로운 일본 파트너 기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기뢰탐지기 등의 개발사인 불타레스나 자폭형 드론을 판매하는 튀르키예 군사기업 STM 등도 일본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닛케이는 이처럼 주요 방산업체들이 일본에 눈독을 들이는 배경으로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들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3대 안보문서를 개정하고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 예산을 2027 회계연도에 2%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타국과 공동개발한 방위장비의 제3국 수출도 허용할 방침이다.
일본에선 대형 방산업체들의 활동 강화로 방위산업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지된다. 일본의 방산기업들은 전투기 관련 1100여개 업체, 전차 1300여개 업체, 호위함 8300여개 업체로 기반이 넓은 편이지만 방위정책상 한계로 수익이 크지 않아 시장이 성장하지 못했다. 이에 최근 20년간 100여개사가 사업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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