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흉상 중 홍범도만 이전하기로… 정치권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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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이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하기로 한 것은 "소련 공산주의 세력과 손잡은 전력이 있는 인사의 흉상을 설치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정부의 이념적 단호함이 묻어나는 장면이다.
국방부는 이날 "북한 김일성이 소련공산당의 사주를 받고 불법 남침해 6·25전쟁을 자행한 점을 고려할 때 소련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논란이 있는 홍 장군의 흉상이 사관생도 교육의 상징적 건물인 충무관 중앙현관에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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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육사 내 홍 장군 등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 가운데 홍 장군 흉상만 ‘핀셋 이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방부는 애초 육사 내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모두 이전하려다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장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홍 장군 외에 나머지 4인의 흉상 이전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역사 전쟁 아냐, 홍 장군만 이전”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이번 결정은 정부가 ‘역사와의 전쟁’에 나서는 게 아니라 ‘홍범도 역사 바로 알기’와도 같다”고 했다.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이회영 등 육사 내에 배치된 5인의 흉상 전체를 이전하는 게 아니라 홍 장군 흉상에 국한된 논의로 한정 지으려는 것.
국방부는 이날 오후 “흉상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홍 장군이 항일 무장투쟁을 통해 독립운동을 한 업적은 부정할 수 없고 국방부가 이를 폄훼하거나 부정할 의도는 전혀 없다”면서도 “홍 장군이 1921년 소련 자유시로 이동한 이후 보인 행적과 관련해 독립운동 업적과는 다른 평가가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국가보훈부는 홍 장군에게 문재인 정부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수여한 것이 적절했는지도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홍 장군은 봉오동 전투 등의 공적으로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았는데 2021년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적 등으로 이보다 급이 높은 대한민국장을 받았다. 보훈부 관계자는 “사실상 편법으로 홍 장군에게 수여된 추가 서훈을 되돌리는 방안을 살펴보려는 것”이라고 했다.
홍 장군 흉상 이전 추진은 수면 아래에서 논의되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산 전체주의 맹종 세력’을 맹렬히 질타한 이후 가시화하는 형국이다.
● 이종찬 “홍 장군 흉상만 철거 더 모욕적”
다만 이념적 선명성이 두드러지다 보니 미래 지향적 담론이 퇴색하거나, 자칫 여권 내부의 역사 인식에 대한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내 할아버지를 포함해 4인을 남기고 홍 장군만 철거한다는 건 오히려 나를 더 모욕하는 것”이라며 “처리하려면 5인을 한꺼번에 처리하든, 모두 현재 그 자리에 남겨두든 하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아들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부당한 사상검열의 표적이 된 홍범도를 지켜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윤 대통령의 죽마고우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과유불급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김병민 최고위원), “홍 장군 동상은 그대로 놔두고 (광주시가 추진 중인) 정율성 역사공원은 폐지하는 쪽으로 사회적 합의와 타협이 이뤄지면 좋겠다”(장예찬 청년최고위원)는 등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역사, 반민족적 폭거”라며 맹공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국군의 근간이 되는 육사는 국군의 뿌리인 독립군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정체성”이라며 “정권 차원의 독립운동사 부정과 친일 행적 지우기 시도라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표도 “박근혜 정권 때 국정교과서 논란이 생각난다”며 “어쩌면 이렇게 똑같냐”고 일갈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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