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시절 수사·기소하고 대통령 된 후 ‘셀프 사면’
당시 검찰 ‘엄정 대응’ 강조
“위치에 따라 판단 달라지나”
윤석열 대통령이 단행한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삼성 노조 와해 사건 연루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삼성 노조 와해 사건을 수사·기소했다. 그래놓고 이들을 ‘셀프 사면’한 것이다.
28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의 광복절 사면 ‘적정 의결 대상자 명단’ 등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단행한 특별사면 대상에 삼성 노조 와해 사건 연루자들이 다수 포함됐다. 삼성 노조 와해 사건은 삼성그룹이 무노조 경영 방침에 따라 임직원들을 통해 삼성전자서비스와 삼성에버랜드 등에서 노조를 만들지 못하도록 각종 방해공작을 벌인 것이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이들은 대체로 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 이번에 형 선고실효 특별사면과 특별복권을 받은 것이다.
삼성 노조 와해 사건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했다. 당시 검찰은 “이 사건은 전사적인 역량이 동원된 조직범죄의 성격을 갖고 있고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으로 사안이 중하므로 불법행위에 직접 가담한 주동자를 대거 기소해 엄정한 대응을 했다”며 “반헌법적 범죄”라고 밝혔다. 수사·기소할 때는 ‘반헌법적 범죄’라며 엄중한 처벌을 강조해놓고 스스로 처벌을 없던 일로 만들어준 것이다.
법원은 이 사건에 유죄 판결을 선고하면서 “헌법은 근로자가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선언한다”며 “피고인들은 건강한 노사관계 발전을 막은 것”이라고 했다. 당시 검찰은 노조 와해를 지시한 윗선뿐 아니라 지시를 이행한 실무자들도 기소했는데, 법원은 “(실무자들이) 상사의 명령을 성실히 수행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들을 유죄로 판단했다.
법무부는 지난 14일 특별사면을 발표할 때 ‘업무방해·노조법 위반 등 사건 주요 기업 임직원 19명’을 사면한다고 밝히면서 “책임자급은 제외했다”고 했다. 그러나 사면 대상엔 상무급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상무 위에도 책임자가 있다’고 해명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검사 윤석열과 대통령 윤석열의 판단은 자신이 처해 있는 위치에서 그때그때 달라지는가”라며 “이럴 것이면 아예 집어넣지를 말지 그랬나”라고 했다. 금속노조는 “기업인에 노조를 파괴해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정권의 메시지를 남긴 것인가”라며 “노조 파괴 범죄자 양산을 도모하고, 국민의 권리를 지키지 못하는 정권은 존재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혜리·김지환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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