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폐로 위한 핵연료봉 파편 제거…올해 실험 후 내년 초 방법 결정
강력한 방사성 함유 ‘데브리’
원자로 내 800톤 이상 추정
내부 정보 적어 작업 걸림돌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하면서 도쿄전력은 미뤄온 폐로 작업 진행에 한층 더 압박을 받게 됐다. 폐로가 이뤄지지 않는 한 오염수 방류는 ‘깨진 독에 물 붓기’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내에서도 오염수 방류가 최대 100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폐로 작업의 핵심은 2011년 3월 냉각장치 고장에 이은 수소폭발 사고로 녹아버린 원자로 1~3호기의 핵연료봉과 핵연료봉 파편(데브리)을 제거하는 일이다. 현재 일본 정부의 폐로 작업 초점은 3호기의 데브리 제거 작업에 맞춰져 있다. 데브리는 핵연료봉이 녹아서 원자로의 기존 구조물과 뒤엉켜 굳어진 상태로, 여전히 강력한 방사성물질을 내뿜고 있다. 원자로 1~3호기의 데브리는 880t 이상으로 추정된다. 사고 원전의 데브리 반출은 유례가 없던 일이라 난제 중에서도 난제로 꼽힌다. 핵연료봉 격납용기 내부의 방사선량은 사람이 들어가면 죽음에 이를 정도로 높다. 이 때문에 원격조종 로봇을 통해서만 격납용기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데, 원격작업의 한계로 현재까지 원자로 내부 구조가 정확하게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데브리 반출 과정에서 방사성물질 누출이나 핵분열 연쇄반응이 추가로 일어날 수 있어서 방지 대책도 필요하다.
일본 정부와 원자력발전 사업자들이 출자한 기구인 원자력 손해배상·폐로 등 지원기구(NDF)는 데브리 제거 방법으로 ‘기중공법’과 ‘관수공법’ 두 가지를 검토해왔는데, 최근 ‘충전고화공법’이라는 새로운 방법도 내놓았다. 격납용기의 상부나 옆에서 연료 파편을 꺼내는 기중공법은 비용이 적게 들지만 공기 중 분진 등과 결합한 방사성물질이 흩날릴 위험이 있다. 관수공법은 원자로 주변에 차단막을 설치한 다음 원자로를 통째로 수몰시킨 뒤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물로 방사선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건물 전체를 수몰시키는 방법이 가능한지가 아직 불확실하다. 충전고화공법은 격납용기에 콘크리트, 유리, 금속 등의 완충재를 흘려넣고 굳힌 후 굴착장치를 사용해 깎아내리는 방식이다. 기중공법을 보완한 것으로, 완충재로 굳히는 과정을 통해 방사성물질을 차단할 수 있고 데브리가 추가 붕괴하는 위험도 막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원자로 내부 구조에 대한 정보가 적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적절한 완충재 개발도 필요하다. NDF는 올 하반기 시범적으로 소량의 데브리 제거 작업을 해본 뒤 내년 봄에 공법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격납용기에서 꺼낸 데브리는 원전 부지 내에 보관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부지 내 탱크 공간 부족을 이유로 오염수 방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 완료 시점을 최대 2051년으로 잡고 있지만, 데브리 제거 방법조차 결정되지 않아 방류 기간도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원전 부지 등의 방사능 오염토 제거 과제도 남아 있다. 마이니치신문 정치부장을 지낸 야마다 다카오 편집위원은 28일 칼럼에서 “수십년 안에 제어 가능하다는 허구에 언제까지 매달릴 것인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도쿄전력도 성실하게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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