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서 大자로 뻗어 폰 만지작… 운전자 조롱한 ‘민식이법 놀이’

횡단보도에 대(大)자로 누워 있는 10대 청소년들. /온라인 커뮤니티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의 가중처벌 규정인 일명 ‘민식이법’을 악용해 스쿨존 횡단보도에 드러누운 채 운전자를 위협하는 10대 청소년들의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다. 이런 행동은 2020년 법안 시행 이후 ‘민식이법 놀이’라는 이름으로 퍼져 다수의 피해 사례를 낳은 바 있다.

28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민식이법 놀이’라는 내용으로 두 장의 사진이 빠르게 공유됐다. 충남 서산 지역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진 사진에는 각각 스쿨존과 사거리 횡단보도에 드러누워 있는 10대 청소년들의 모습이 담겼다.

대낮에 찍힌 사거리 사진을 보면 앳돼 보이는 남학생 두 명이 양팔과 다리를 벌리고 대(大)자로 누워있다. 주변에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고 오히려 고개를 살짝 들어 차들을 바라봤다.

스쿨존 횡단보도에 누워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는 10대 청소년들. /온라인 커뮤니티

스쿨존 사진의 경우 어둑해진 저녁 시간대로 더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남학생 두 명이 등장하며 횡단보도 정중앙에 가로로 누워 차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마치 운전자를 조롱이라도 하듯 누운 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사진을 게시한 작성자는 “저러다 사고 나면 운전자만 전방주시 태만으로 처벌받는다”며 불만을 전했다. 네티즌들 역시 “자해공갈단과 다를 바가 없다” “부모는 뭘 가르치는 건가” “일부러 저러는 것” “민식이법에 운전자들만 운다” 등의 댓글을 남겨 공분을 드러냈다.

경찰에 따르면 사진 속 상황과 관련해 접수된 신고는 없었지만, 교육 당국의 자체 조사 결과 해당 청소년들은 서산 지역의 한 중학교 1학년생으로 확인됐다. 학생들은 “별 이유 없이 행동했다”는 해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고, 학교 측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통안전 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스쿨존 앞 횡단보도에 무리지어 있던 어린이들이 다가오는 차량 앞으로 뛰어드는 모습. /한문철TV 유튜브

한 어린이가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오는 차량 운전자를 위협하는 모습. /한문철TV 유튜브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스쿨존에서 김민식(당시 9세)군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후 생겨난 법으로, 스쿨존 내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상해를 일으킨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스쿨존에서 13살 미만 어린이를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하면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상해를 입히면 ‘1~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30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추가된 강화 대책으로 현재 전국 스쿨존 내 모든 도로의 자동차 통행 속도는 시속 30㎞ 이하로 규제되고 있다.

그러나 법안 통과 후 민식이법의 취약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스쿨존을 지나는 차에 일부러 뛰어들어 충돌한 후 합의금 등을 타내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 것이다. 이는 일부 청소년 사이에서 ‘민식이법 놀이’ ‘민식이법 용돈벌이’ 등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도로교통법상 이런 행동을 제재할 뚜렷한 규정은 없다. 또 대부분이 만 13세 이하의 형사 미성년자들이라 처벌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