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49건, 지난해 넘어선 전기차 화재…'위험천만' 지하주차장
전기차는 한 번 불이 나면 폭발하듯 화염이 치솟으며 온도가 천도까지 올라갑니다. 한마디로 용광로가 되는 건데 이런 전기차 화재, 전기차 모는 사람이 늘면서 덩달아 부쩍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이 나면 끌 수 있는 소방시설에 대한 지침은 여전히 전혀 없습니다.
먼저 이승환 기자입니다.
[이승환 기자]
희뿌연 연기가 지하 주차장을 채웁니다.
한 차량에서 폭발과 함께 불길이 일더니, 옆 두 대까지 번집니다.
3대 모두 불이 쉽게 안 꺼지는 전기차, 밖으로 끄집어내 수조에 넣고서야 불을 끌 수 있었습니다.
올해 7월까지 전기차 화재는 49건, 지난해 전체 발생 건수를 넘어섰습니다.
불이 가장 많이 난 곳은 주차장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위험이 큰 지하주차장을 둘러봤습니다.
전기차 16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보시면 차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근처에 소화기와 스프링클러 등이 있긴 하지만 전기차에서 불이 나고 옮겨붙기 시작하면 끌 수 없습니다.
이 아파트도 지하 2층에 전기차 10대를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용인 소재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 작년에 추가 2%를 한 거죠. 우선에 빨리빨리 그냥 과태료 안 먹으려고 설치하는 거죠.]
지난해 1월부터, 50대 이상 댈 수 있는 건물에는 주차 면수의 최소 2% 이상 전기차 충전소를 갖추도록 법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소방 설비에 관한 법은 그대로입니다.
[수원 소재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 : 불안해해도…이산화탄소도 있고 분말도 있고 뭐를 갖다 놔야 될지 그런 거를 법적으로 이렇게 정해져야 되는 거지…]
위험은 명확한데, 대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앵커]
보신 것처럼 전기차에서 난 불은, 수조에 넣어야지만 간신히 꺼질 정도로 내연기관 차에서 난 불보다 더 잘 번지고 끄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기 대응이 중요한데, 어떤 진화 장비를 도입해 볼 만할지, 이어서 정영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정영재 기자]
2020년 서울 용산의 지하 주차장에 있던 테슬라 차량에 불이 났습니다.
물 4만 4700리터, 중형 소방차 15대 분량을 쏟아부어 겨우 껐습니다.
전기차에서 시작된 불이 잘 번지고, 끄기는 어려운 건 '배터리' 때문입니다.
불이 붙기 전, 먼저 배터리에서 가연성 가스가 나옵니다.
[나용운/국립소방연구원 연구사 : 전기차에서 발생한 '오프가스'는 주변에 체류가 되고, 높은 압력 때문에 수평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옆 차에 빨리 전이가 되고…]
불이 붙고 배터리 온도가 치솟으면 이른바 '열 폭주' 현상과 함께 폭발이 일어납니다.
이렇게 되면 물을 뿌리는 정도로는 해결이 안 됩니다.
이런 특성에 맞춘 새로운 장비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국립소방연구원이 개발한 밑에서 뿌리는 스프링클러입니다.
차 아래쪽 배터리 근처에 바로 물을 쏠 수 있습니다.
6분 동안 물을 뿌리자, 불길이 사그라듭니다.
불이 붙기 전, 더 빨리 대응하는 기술도 있습니다.
센서가 가스를 감지하자 사방에서 벽이 올라옵니다.
순식간에 수조가 만들어지고 물이 쏟아집니다.
소방차나 이동형 수조가 못 들어오는 지하에는 충전 설비와 함께 이런 자동 수조를 설치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전기차만 늘릴 게 아니라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는 기술과 지침까지 갖춰나가야 할 때입니다.
(화면제공 : 국립소방연구원)
(영상디자인 : 유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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