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체제 방통위, 공영방송 이사진 임명 강행
전체회의 열고 EBS·방문진 보궐이사 강규형·김성근 임명
야당, 법적 조치 예고…전문가들 “방송 관련법, 흠결투성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취임하자마자 전체회의를 열어 공영방송 보궐이사를 임명했다. 전체 상임위원 5명 중 2명만 있는 상황에 전체회의를 강행했다.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 위원장과 이상인 상임위원뿐이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했다. 앞서 지난 23일 김효재 위원(여당 추천)과 김현 위원(야당 추천)의 임기가 만료됐다. 지난 3월30일 퇴임한 안형환 전 위원(야당 추천)의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최민희 전 의원을 추천했는데 윤 대통령은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 야당은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아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방통위법 등 방송 관계법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이동관 체제’ 첫날부터 ‘공영방송 구조 개혁’을 시작했다. 이 위원장은 “(상임위원 5인) 완전체로 출범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그동안 미뤄왔던 시급한 회의를 처리하기 위해서 회의를 열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보궐이사로 강규형 명지대 교수를,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로 김성근 전 MBC 인프라본부장을 임명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14일 정미정 전 EBS 이사, 21일 권태선 전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했다. 이번 조치로 방문진 이사회의 여야 구도는 3 대 6에서 4 대 5로 바뀌었다. 다음달 11일 해임 청문이 예정된 김기중 이사의 해임이 확정되면 여야 구도는 5 대 4로 역전된다. 다만 권 전 이사장이 법적 대응에 나선 터라 오는 31일 심문기일 이후 법원이 ‘해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여소야대’ 구조는 당분간 유지된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 본부장은 “(김성근 방문진 이사는) ‘적폐’ 경영진의 일원이고, 2018년 특별 감사에서 법인카드 부정 사용이 5000만원 정도 적발된 인사를 방문진 이사로 임명한 것”이라며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은 규모도 이보다 작고 다툼의 여지도 있는 법인카드 사용을 이유로 해임해놓고, 5000만원 부당 사용이 확인된 인사를 취임 첫날 급하게 밀어붙이는 ‘내로남불’ 부적절 인사”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5인의 상임위원을 정원으로 하는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이다. 합의제 행정기관은 정치적 중립, 행정의 공정성이 핵심이다. 장관이 운영 전반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독임제 행정기관과 달리 5인 합의체에 조직의 의사결정권을 부여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재적위원이 2명뿐인 방통위가 내린 결정은 방통위 설립 취지에도 어긋나고 절차적으로도 정당성을 결여한 결정이므로 모두 무효”라며 “재적위원 2명으로 방통위 주요 의사결정 의결이 성립하는 근거를 방통위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방통위법,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등에 ‘흠결이 많다’고 봤다. 방통위법은 위원회 회의를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는 때에, 위원장이 소집할 수 있다고만 정하고 있다. 위원장은 단독으로도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고민수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 방통위법이라면 여야 간 위원이 3(명) 대 0(명)이 된다고 해도 특별한 방법이 없을 수 있다”며 “흠결이 많은 방통위 구성에 관한 법률을 메우는 입법 절차를 서둘러야 했는데 지난 정부 시기에 소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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