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못바꾼다는 '치악산', 최악의 사태 맞나..구룡사 "보이콧 전개" [Oh!쎈 이슈]

하수정 2023. 8. 2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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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하수정 기자] 과연 영화 '치악산'은 제대로 개봉할 수 있을까.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원주시가 상영 금지 가처분 등 법적조치를 한 가운데, 구룡사 신도회도 개봉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원주 치악산 구룡사 신도연합은 28일 오후 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주시와 치악산 국립공원, 구룡사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영화 '치악산'의 개봉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어 "이목을 끌기 위해 제작한 토막 난 사신이 등장하는 포스터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치악산에서 발생하지도 않은 토막살인 괴담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로 인해 치악산 구룡사의 이미지 실추가 우려된다"며 "최근 강력범죄들에 대한 두려움과 더불어 구룡사를 찾는 관광객과 신도들이 불안에 떨 것은 명명백백하다. 영화 개봉은 원주에 살고 원주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무시하고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최근 제작사에서 발표한 공식 입장에 대해서 "공식 입장마저 홍보 수단으로밖에 사용하지 않는 영화 제작사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영화 개봉을 연기하고 영화 제목과 내용에 있는 치악산 명칭을 변경하라"고 요청했다.

치악산의 대찰로 꼽히는 구룡사 주지 해공스님은 "상영 금지 또는 내용들을 바꾸지 않으면 영화 보이콧을 전개할 생각이다. 영화 홍보의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영화 제작사에 타격을 줄 수 있도록 개봉 시에는 영화 안 보기 운동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앞서 공포영화 '치악산'은 원주시로부터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제목 변경 및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치악산 언급 부분을 모두 삭제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원주시 측이 요구한 사항들은 모두 4가지였다. 1) 실제 지명인 '치악산'이 그대로 사용된 제목 변경, 2)  영화 속 '치악산'이라는 대사가 등장하는 부분을 삭제, 또는 묵음처리, 3) 영화 본편 내에 실제 지역과 사건이 무관하며, 허구의 내용을 가공하였음을 고지, 4) 온라인 상에 확산된 감독 개인 용도의 비공식 포스터 삭제. 

4번의 경우 오해가 커지기 전 삭제 조치를 취했고, 여전히 온라인상에 퍼지고 있는 일부 포스터는 디지털 장의사 업체에 의뢰해 완벽히 삭제 처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1번과 2번의 경우 개봉을 2~3주 남겨두고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에 대해 '치악산' 측은 "영화 제목 변경과 본편 내에 등장하는 '치악산'을 언급하는 부분을 모두 삭제해달라는 요청에 관해, 그렇게 된다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연결이 맞지 않으며, 주요 출연 배우 중 한 명이 군 복무 중인 관계로 재촬영 역시 불가한 상황인 점 양해해 주십사 요청드렸다"며 불가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영화 본편 내에 실제 지역과 사건이 무관하며, 허구의 내용을 가공하였음을 고지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본편 내에 이미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및 단체 그 외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라는 문구가 기입되어 있는 점 안내했다"며 "다만, 해당 문구가 영화가 끝난 후 엔딩크레딧 부분에 위치해 있어, 보다 많은 관객분들께 노출될 수 있도록 본편 상영 이후 바로 등장하도록 재편집을 진행하는 방향 역시 함께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원주시 측은 요구가 거절되자, '치악산'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은 물론이고 영화 상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무형의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강력한 법적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구룡사 신도회도 개봉 중단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사태가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다.

한편 오는 9월 13일 개봉하는 '치악산'은 강원 원주의 '치악산 괴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포영화다.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 작품. 1980년 치악산에서 18토막 난 시신 10구가 발견돼 비밀리에 수사가 진행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치악산' 개봉을 앞두고 해당 지역 경찰서에 "18토막 연쇄살인이 실제로 벌어진 사건이냐?"고 묻는 확인 전화가 쏟아지는 등 원주시가 이미지 훼손을 걱정해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사실이 아닌 괴담 수준의 내용 때문에 국내 대표적 관광자원인 국립공원 치악산과 관광 지역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질까 봐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 hsjssu@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및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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