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엉터리 사기 이념 매몰 안 돼”

유정인·정대연·문광호·이두리 기자 2023. 8. 2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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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연찬회 2년 연속 참석
‘이념 투쟁’ 정당화하며 지지 호소
오염수 우려엔 “1+1=100이라 해”
윤 대통령 “국민의힘, 같이 갑시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국가의 정치적 지향점과 지향할 가치에서 중요한 게 이념이다. 철 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어갈 철학이 이념”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산전체주의와의 대결을 집중적으로 언급하며 ‘이념 투쟁’에 나선 것을 정당화하고 여권 내 이념적 결속력을 강화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임 정부 국정은 ‘망하기 직전 기업’에 비유하고 야권과 언론을 싸잡아 강경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에는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철 지난 엉터리 사기 이념에 우리가 매몰됐고, 또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우리 당은 이념보다는 실용이다’하는데 분명한 철학과 방향성 없이 실용이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 현직 대통령 최초로 집권여당 연찬회에 참석한 데 이어 2년 연속 연찬회장을 찾았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정·대 일체감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전임 정부 국정 전반과 현재의 여소야대 국회 구도, 언론 지형 등을 강경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망하기 전 기업을 보면 껍데기는 화려한데 인수해 보면 안이 아주 형편없다”면서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정부를 담당해 보니까 우리가 지난 대선 때 국정운영권을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겠나 하는 아찔한 생각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정부 욕만 하는 세력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껍데기만 화려, 안은 형편없어”…여권 결집 노려
의원들 “총선 승리” 한목소리…수도권 위기론엔 온도차 뚜렷

“총선 승리” 파이팅 외친 국민의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앞줄 가운데)와 소속 의원들이 28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단체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윤 대통령은 또 “여소야대 국회에다가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세력이 잡고 있어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면서 이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목소리와 연결지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후쿠시마 거기에 대해서 (비판이) 나오는 것을 보라”며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4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이 문제를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첫 언급에서부터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려를 ‘비과학적’ ‘정부 욕만 하는 세력’으로 못 박아 비판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협치, 협치 하는데 새가 날아가는 방향이 정해져 있어야 왼쪽, 오른쪽 날개인 보수와 진보가 힘을 합쳐 성장과 분배로 발전하는 것”이라며 “엉뚱한 생각을 하고 우리는 앞으로 가려고 하는데 뒤로 가겠다고 하면 그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치영역의 타협은 늘 해야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어떤 가치로 할 것인지부터 우리 스스로 국가 정체성을 성찰하고 확고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윤석열 정부식 ‘이념 투쟁’에 여당의 지지를 호소하며 결집력을 높이려는 행보로 보인다. 이는 ‘반국가세력과는 협치가 어렵다’고 선을 그었던 지난해 10월 발언의 연장선이다. 야권을 ‘반국가세력’으로 상정하고 ‘통합 불가’ 선언을 반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랜만에 다 같이 보니 신이 난다” “저에게 많은 기가 지금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인사말 마무리 단계에서는 오른 주먹을 쥐고 흔들며 “국민의힘 파이팅. 같이 갑시다”를 외쳤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 인사말 도중 박수를 보내고 ‘맞습니다’ 등을 외치며 호응했다.

김기현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 업그레이드를 완성시킬 수 있도록 내년 총선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사즉생의 각오로 내가 윤석열이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연찬회에선 수도권 위기론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앞서 위기론을 제기하며 ‘암 덩어리’라는 표현을 써 이철규 사무총장으로부터 “승선 못한다”는 경고를 들은 윤상현 의원은 “당을 위한 충정, 총선 승리 특히 당 지도부를 보강시켜주기 위해 하는 말”이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정말 인재가 부족하다는 뜻에서 말했다”며 “수도권 승리를 위해서는 인재 영입과 함께 제대로 된 경제정책, 특히 산업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수도권 위기론은) 언론이 만든 얘기”라고 했다.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고문은 특강 강연자로 나서 윤 대통령을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선생님에 비유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독재자인 ‘엄석대’로 지칭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김 고문은 “윤 대통령은 자유주의자 선생님, 한편으로 매를 들지만 학생에게 자유를 부여하는 선생님”이라며 “윤심만 따라가는 당으로 보이니 윤 대통령이 엄석대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찬회 참석은 윤 대통령이 여권 장악력 강화 행보의 연장선으로도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1시간30분가량 머문 뒤 떠나며 의원들과 일대일로 사진 촬영을 했다. 여당 연찬회 ‘2연속 참석’이라는 기록을 이어가면서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존재감과 여당 장악력을 단단히 하려는 뜻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정인·정대연·문광호·이두리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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