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불참…‘국회 무시’ 윤 정부 내각
출범 이후 29회 상임위 등 ‘패스’
강병원 의원 자료…전 정부의 10배
윤 대통령, 입법 거부 등 기조 반영
“장관이 상임위 회의장 앞에 나와 있는데 안 들어오고 있다고?” “저희를 지금 놀리고 있는 겁니다.”
지난 25일 새만금 잼버리 파행 관련 현안 질의차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불참하자 야당 의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를 방문하고도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나섰지만 김 장관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여가부는 다음날 입장자료를 내고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는 즉시 회의에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1년4개월간 정부 부처 장차관 등의 국회 상임위 불출석 사례가 문재인 정부 말 같은 기간의 10배에 가까운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반복되는 국무위원들의 국회 불출석은 입법부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이날 강병원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국회 사무처에서 받은 ‘상임위 및 예산결산특별위 불출석 사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5월부터 이날까지 1년4개월간 정부 부처 장차관급 및 소속기관 기관장의 불출석은 29번이었다. 문재인 정부 말기인 2021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 1년4개월간 3번의 10배에 가까웠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상임위 불출석은 정부 출범 3개월 만인 지난해 8월18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오태석 전 과기정통부 1차관,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 안형환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장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퇴장했다.
이 장관은 최다 불참자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그는 이후로도 여야 간 의사일정 협의 이견을 사유로 3번 더 상임위에 나오지 않았다. 여야 이견은 전체 불출석(29건) 사유에서도 22건으로 가장 많다. 이 장관은 지난해 8월24일에는 결산소위와 전체회의에 연달아 불출석했는데, “의사진행에 대한 여야 간 갈등 상황 등 여러 사정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 안형환 전 방통위 부위원장도 상임위·예결위에 3번씩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 위원장과 안 전 부위원장은 이 장관과 마찬가지로 과방위 파행의 영향이 컸다.
3선 의원 출신인 원 장관은 지난해 11월 매년 비슷한 시기 열리는 예결특위 예산안 심사에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을 이유로 불참했다. 원 장관은 같은 달 24일 열린 예산안 심사에도 나오지 않았다. 당시 원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정부 담화문을 발표한 뒤 수송대책 점검차 부산 신항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의 입법부 무시가 내각의 기조로 자리 잡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국회에서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데 이어 간호법에도 거부권을 표시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대통령이 탈정치, 정책 중심을 강조하다보니 장관들 힘이 더욱 커지면서 국회를 좀 무시하고 여야 협상 등에 별로 의존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며 “국무위원이 국회에 출석해 답변하는 건 헌법적 의무”라고 했다.
문광호·조문희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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