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 구한 2인조…“누구라도 그랬을 것”
통화 품질 개선 작업 이동 중에
완주 주택 ‘화재 현장’ 대피·진압
병상의 할머니는 침대째 옮겨
지난 23일 오후 2시10분 전북 완주군 소양면의 한 시골마을. LG유플러스 강충석(50)·김진홍(45) 책임은 가정용 중계기 설치 작업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이동통신 음영 지역을 찾아다니며 통화 품질을 개선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20여년간 함께 손발을 맞춘 그야말로 ‘베테랑 파트너’다.
다음 행선지로 출발한 두 사람은 인근에 있는 한 단독주택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김 책임은 하늘로 치솟는 연기가 아궁이 불을 지펴서 나오는 수준이 아니란 것을 직감했다.
“불났어요, 차 세워봐요.” 김 책임은 운전대를 잡고 있던 강 책임을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차에서 내려 연기가 나는 지점으로 부리나케 달려가 보니 처마 밑 장작더미의 불이 집으로 옮겨붙고 있었다. 다급히 현관문을 두드렸더니 할아버지가 집 안에서 나왔다. “불났어요. 빨리 나오세요, 할아버지!” 그런데 할아버지는 초조한 표정으로 “안에 환자가 있다”고 했다.
너나없이 동시에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병상 침대에 할머니 한 분이 누워 있었다. 화마가 주택을 덮친 상황, 침대 주변에는 산소호흡기와 링거로 보이는 호스가 복잡하게 꼬여 있었다. 두 사람은 머리 쓸 겨를 없이 침대를 통째로 끌고 나왔다. 집 밖으로 이동한 다음에는 할머니를 그늘진 곳으로 대피시켰다.
이후 김 책임은 수돗가로 가서 호스를 끌고 와 초동 진압에 나섰다. 강 책임은 119에 전화를 걸어 화재 신고를 했다. 강 책임은 소방관에게 “누워 있는 환자가 있으니 구급차가 꼭 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얼마 뒤 소방차 10대와 소방관 35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샌드위치 패널로 된 지붕을 열어서 물을 들이붓고 난 뒤에야 45분 만에 겨우 불길이 잡혔다. 외벽과 지붕, 보일러 등 내부 집기류는 탔지만 강·김 책임의 도움으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노부부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안전하게 이송됐다. 두 사람은 다른 지역에 잔여 업무가 있었지만 화재 진압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전북도소방본부는 한순간에 삶의 보금자리를 잃은 노부부를 위해 새로운 집을 지원하는 ‘119 안심하우스’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회사 차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살신성인 정신을 보여준 두 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포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 책임은 “화재 현장을 발견하고 나서는 둘 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움직였다”며 “그 현장에 저희가 있었을 뿐이지 누구라도 저희처럼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책임은 “사건 이후 아직 연락을 드리진 못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하다”며 “나중에 마을을 다시 방문하게 되면 꼭 들러 안부를 여쭙겠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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