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의 신간] 말 많은 3분진료 누구의 책임인가
우린 어쩌다 아픈 몸을
시장에 맡기게 됐나…
대형병원에 간 환자라면 이런 불만을 한번쯤 가져봤을 거다. "오랜 대기 끝에 고작 몇분 진료받는 게 다라니." '3분 진료'는 이같은 현실을 빗댄 말이다. 이뿐만 아니다. 진료에 필요하다며 받는 검사들은 어찌나 많은지. 이 검사 저 검사 받다 보면 어느새 불어난 검사비에 또 한번 불만이 튀어나온다.
진료에 할애해야 할 시간이 점점 줄면서 의사와 환자 관계가 무너진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의사를 대상으로 가져야 할 신뢰는 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기계와 시설이 들어와 차지해 버렸다. 그러다 보니 의사를 보고 병원에 가는 게 아니라 병원 시설을 보고 의사를 고른단 얘기도 나온다.
김현아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는 저서 「의료 비즈니스의 시대」에서 "지금과 같은 상황의 배후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가 병원이나 뉴스에서 접하는 문제들은 의료 시스템이라는 거대 구조의 결함 때문에 나타나는 개별적 징후라며, 크게 '자본 종속, 기술 중독, 병원의 과도한 수익 추구, 정부의 방치'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저자는 'BMJ open'에 게재한 논문을 인용해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대비 진찰료가 낮고, 그에 반해 검사료 수준은 높았다. 낮은 진찰료를 보상받기 위해 검사 수를 늘리거나 비싼 검사를 시행하고, 불필요한 투약까지 늘리는 행태가 일반화됐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CT 촬영 건수가 인구 대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라며, 진찰료와 검사비의 차이에 숨은 문제점을 지적한다.
또한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이익을 주는지 제대로 증명해내지 못했지만, 첨단기술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행위들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병원이 다양한 방식으로 환자들을 고비용 의료로 몰아가고 있다"며, 로봇 수술과 인공지능 왓슨의 사례를 통해 첨단기술이 어떻게 대세가 돼 가는지 짚어본다.
공공의료 실태와 공공의료원의 운영에 대한 의견도 서술한다. 건강보험료 인상의 움직임이 극심한 조세저항에 직면하는 현실에서는 의료보험과 별도의 예산을 투여해 공공의료를 재정비해야 하지만, 정작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보건의료 예산은 제자리걸음이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저자가 비판하는 대상들은 전방위적이다. 자본에 종속된 병원, 수익에 눈먼 제약회사 및 의료 기업, 의사와 환자의 신뢰 변화, 왜곡된 시스템을 방치하는 정부, 병의 경중과 상관없이 큰 병원만 선호하는 환자 등 의료 시스템과 관련된 모든 주체를 포괄해 다룬다.
저자는 "모두 나름의 입장과 논리는 있지만 각자의 입장만 앞세우다가는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시스템으로 고착할 수 있다"며, 일방적인 비난은 지양하고 문제의 배경에서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큰 틀에서 이해할 것을 당부한다. 그래야만 가장 큰 책임을 가진 주체가 보이고 지금보다 나은 대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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