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부산물로 만든 그라파의 고향 바사노 델 그라파/베키오 다리· 그라파산·브렌타강 어우러지는 절경 만나/발도비아데네·코넬리아노엔 맛있는 프로세코 와인 기다려/100년 역사 ‘프로세코의 왕’ 니노 프랑코·전통방식으로 자연 담는 안티카 퀘르치아를 가다
마을 뒤로 수호신처럼 우뚝 선 거대하고 웅장한 그라파산. 그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맑고 투명한 브렌타강은 거짓을 모르는 아이의 순진한 눈동자를 닮았나 보다. 새파란 하늘을 숨김없이 담아 바다가 아닌데도 짙은 클랭 블루로 강물을 채색한다. 여기에 알록달록 예쁜 마을 건물과 고색창연한 나무다리까지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한 데칼코마니로 담기는 경이로운 풍경까지. 길 가다 우연히 들른 조용한 시골 마을 바사노 델 그라파(Bassano del Grappa)의 수채화 같은 풍경에 그만 말을 잃고 말았다.
◆그라파 마을 베키오 다리에 서다
베로나를 떠나 이탈리아의 대표 스파클링 와인 프로세코의 고향 발도비아데네(Valdobbiadene)와 코넬리아노(Conegliano)로 가는 길은 가깝지 않다. 동쪽으로 발도비아데네까지 3시간, 다시 한 시간을 더 가야 코넬리아노에 닿는다. 비첸차로 들어서자 내비게이션은 산길로 안내한다. 좀 더 빠른 길인 것 같고 초행길이니 무작정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두 시간쯤 달리니 일행들이 힘든가 보다. 작은 마을이 나타나자 커피 한잔 하며 쉬어가자 보챈다. 거리의 예쁜 집들을 보니 커피 맛집이 있을 것 같다. 골목길 따라 내려가다 강가의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운다. 차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먼저 내린 일행들이 “와∼”하는 함성을 터뜨린다. 무슨 일일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차 밖으로 나오자 아이맥스 영화관처럼 펼쳐지는 장엄한 풍경들. 나무로 만든 독특한 디자인의 베키오 다리(Ponte Vecchio)와 브렌타강의 푸른 물, 예쁜 마을 건물들, 그리고 마을을 보호하듯 포근하게 감싼 그라파산까지. 태어나 처음 보는 황홀한 풍경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재빠르게 손품을 팔아 검색해보니 이곳은 작지만 유명한 바사노 델 그라파 마을. 와인을 발효하고 남은 즙, 껍질, 씨앗 등 부산물을 증류해 만든 술을 그라파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 마을이 고향이다. 어원은 ‘그라폴로(Grappolo)’이며 이탈리아어로 ‘포도송이’를 뜻한다. 몇 해 전 토스카나 코르토나 마을의 한 와이너리를 방문했다가 처음 맛본 그라파의 추억이 떠오른다. 잊을 수 없다. 식사를 마치고 와이너리 오너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식후 소화제로 마신다며 작은 잔에 담긴 맑은 액체를 내밀었다. 아무 생각 없이 한입에 탁 털어 넣었는데 목이 타들어 가는 듯한 작열감에 잠시 말을 잃었다. 그 액체의 정체가 바로 알코올도수 40도가 넘는 그라파다. 이탈리아 선술집에 가면 수도꼭지가 달린 큰 통에 담긴 그라파를 물처럼 따라 마시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으니 ‘이탈리아 소주’인 셈이다.
이곳의 가장 유명한 건축물은 아름다운 브렌타강을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 피렌체에도 우피치 미술관 근처에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사랑에 빠진 유명한 베키오 다리가 있는데 사실 베키오는 ‘오래된’이란 뜻으로 이탈리아 곳곳에 베키오 다리가 많다. 1569년 안드레아 팔라디오가 설계한 뚜껑 덮인 목교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차례나 파괴된 아픈 역사를 지녔다. 남쪽 비토리아 다리 쪽으로 가서 보면 베키오 다리와 주변 파스텔톤 건물들이 강물 위에 투영되는 최고의 뷰를 만난다.
그라파 마을에 꼭 가봐야 할 곳이 하나 더 있다. 베키오 다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팔라초 스투름 박물관(Palazzo Strum Museo) 마당에 설치된 유명한 강철 코뿔소다. ‘킹 콩 리노-알브레이히트 뒤러를 기다리며’라는 제목이 붙은 작품으로 반짝이는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거대한 코뿔소가 브렌타강으로 뛰어들 듯 역동적이다. 알브레이히트 뒤러(Albrecht Durer)는 르네상스 시대인 1515년 제작한 목판화 ‘뒤러의 코뿔소’로 유명하다. 포르투갈 리스본에 도착한 코뿔소를 보고 어느 화가가 묘사한 글과 간단한 스케치를 전달받아 최초의 코뿔소 그림을 탄생시켰다. 정확하게 묘사하지는 못했지만 이 판화는 유럽에서 유명해져 많은 복사본이 판매됐다. 킹 콩 리노의 작가는 대만 출신 리젠신으로 강렬한 저항정신과 뿔 밀렵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코뿔소를 살리자는 의미를 담았다.
◆‘프로세코의 왕’ 니노 프랑코를 가다
이탈리아에선 스파클링 와인을 스푸만테(Spumante)로 부르며 베네토주와 푸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주에서 생산된다. 생산지통제규정(DOCG)에 따라 포도 품종은 글레라(Glera)를 최소 85%로 써야 하며 피노비앙코, 피노네로, 피노그리지오, 샤르도네 등 다양한 품종을 섞을 수 있다. 알코올 도수는 보통 11∼12도 정도로 대부분 여러해 생산 포도를 섞는 넌빈티지로 만든다. 빈티지 프로세코는 그해 포도가 85% 이상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프리미엄 프로세코는 주로 글레라 100%를 사용한다. 가볍게 즐기기 좋은 스파클링이다. 더운 날 차갑게 칠링해서 마시면 기분 좋은 산도와 상큼한 과일 향이 불쾌지수를 한 방에 날려 버린다. 더구나 국내 마트나 와인숍에서 2만원 안팎으로 구입할 수 있어 부담도 작다.
프로세코 슈페리오레 DOCG는 발도비아데네, 코넬리아노, 아솔로 세 곳이며 아랫동네 트레비소는 DOC 등급이다. 발도비아데네에서 ‘그랑크뤼’로 부르는 최고의 포도밭에서 생산된 프로세코는 ‘카르티체(Cartizze)’라는 명칭이 뒤에 붙는다. 프로세코 슈페리오레 DOCG 마을 3곳에서 만드는 와인은 착즙량이 100kg 당 70ℓ로 일반 프로세코 보다 양이 적다. 그만큼 품질이 좋은 포도즙만 사용한다는 얘기다. 프로세코는 보통 커다란 스틸 탱크에서 한 번에 발효와 숙성을 끝내지만 프리미엄 프로세코는 샴페인과 똑같이 병에서 2차 발효와 숙성을 거치는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효모향과 숙성된 과일향이 샴페인 못지않다.
발도비아데네에서 최초의 빈티지 프로세코, 최초의 싱글 빈야드 프로세코를 생산한 와이너리가 니노 프랑코(Nino Franco)다. ‘프로세코의 왕’으로 불리는 이유다. 마을을 상징하는 광장의 거대한 종탑을 감상하며 언덕을 오르자 노년의 신사 프리모 프랑코(Primo Franco)와 딸 실비아(Silvia)가 반가운 얼굴로 맞는다. 니노 프랑코는 예쁜 집들이 점점이 박힌 가파른 경사면에서 포도를 재배하는데 배수가 잘되고 포도가 햇볕을 골고루 잘 받으니 좋은 포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겠다. 지하셀러로 들어서자 가지런히 누운 프로세코들이 먼지를 이불처럼 덮고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
니노 프랑코 대표 와인은 싱글빈야드 빈티지 프로세코 그라베 디 스테카 브뤼(Grave di Stecca Brut)다. 코에 갖다 대자마자 잘 익은 과일향과 싱그러운 허브 향이 발산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구운 아몬드 향이 따라오며 복합미가 느껴진다. 크리미한 질감과 짭조름한 미네랄에 발랄한 산도까지 밸런스가 아주 좋다. 온도조절 스테인레스 스틸탱크에서 저온발효하고 샤르마 방식으로 폐쇄형 발효통에서 2차 발효를 거친다. 프리모와 부인 안날리자(Annalisa)는 현재 아름다운 베네치아 양식 와이너리 빌라 바르베리나(Villa Barberina)에서 거주한다. 프랑스 최고의 포도나무 묘목 관리자인 기욤(Guillaume)의 도움을 받아 빌라를 둘러싼 언덕의 포도밭인 그라베 디 스테카의 클론을 분석한 결과 미세기후와 토양 덕분에 다른 포도밭 보다 훨씬 깊고 복합적인 맛을 낸다는 사실을 알아내 싱글빈야드 프로세코를 탄생시켰다. 싱글빈야드를 강조하기 위해 DOCG 등급을 포기하고 포도밭 이름을 넣어 스푸만테로 출시하고 있다.
루스티코 브뤼는 발도비아네 프로세코 생산자들이 벤치마킹하는 와인이다. 유명 와인평론지 와인엔수지애스트가 2019년 톱100 와인 1위로 선정해 니노 프랑코를 세계에 알린 역작이다. 부드러운 질감과 정교한 버블, 신선하고 산도가 레몬, 배 등 과일 향과 잘 어우러진다. 가파른 언덕 경사면의 포도밭은 다양한 토양으로 이뤄졌다. 석회질이 풍부한 토양으로, 표층은 유기물질을 다양하게 포함하고 심토층은 빙하퇴적으로 형성된 토양으로 점토가 많다.
니노 프랑코가 1999년에 선보인 비네토 델라 리바 디 산 플로리아노(Vineto Della Liva di San Floriano)는 최초의 싱글빈야드 프로세코로 기록됐다. 1983년에 선보인 자신의 이름을 딴 프리모 프랑코는 최초의 빈티지 프로세코이자 상표에 생산자의 사인을 넣은 프로세코다. 프로세코의 역사가 니노 프랑코 손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프리모 프랑코는 해발고도 366m의 매우 가파른 북향의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를 사용하는 점이 독특하다. 서늘한 곳이라 산도가 매우 뛰어나다. 사과, 복숭아향과 향기로운 흰꽃의 아로마가 어우러지며 과실풍미가 길게 이어진다.
니노 프랑코 노디(Nodi)는 니노 프랑코의 세번째 싱글 빈야드로 불과 1ha도 안되는 콜 델 벤트(Col Del Vent) 포도밭에서 나온다. 10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뿌리를 내린 토착 고대 클론의 올드바인들이 이곳에서 자란다. ‘노디’는 오래된 포도나무 줄기에 나타나는 ‘옹이’를 뜻한다. 빙하가 퇴적되면서 만들어진 토양은 붉은 빛깔을 띠는 점토와 석회질로 이뤄졌다. 라임, 배, 구스베리의 과일향과 장미 등 꽃향이 도드라지는 강렬하면서 경쾌한 와인이다.
니노 프랑코 브뤼는 사과, 배의 과일향과 꽃향기가 어우러지고 매우 크리미한 버블이 인상적이다. 표층은 석회질, 심토는 빙하가 퇴적한 점토로 이뤄져 뛰어난 미네랄을 선사한다. 이처럼 니노 프랑코의 포도밭은 점토와 석회질로 구성돼 프로세코에 섬세하고 향기로운 과실미를 부여하는 점이 특징이다.
4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가는 니노 프랑코는 발도비아데네의 가장 오래된 생산자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1919년 안토니오 프랑코(Antonio Franco)가 와인 도매상인 칸티네 프랑코 안토니오(Canitne Franco Antonio)를 설립하면서 프로세코의 역사를 열었다. 아들 니노가 사업규모를 확장하면서 지금의 와인 이름으로 굳어졌다. 1971년 니노의 아들인 프리모가 베네토 코넬리아노 양조 학교(Scuola Enologica di Conegliano Veneto)를 졸업하고 프로세코 생산에 집중, 최초로 프로세코를 수출하면서 지금의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니노 프랑코 와인은 금양인터내셔널을 통해 국내에 수입된다.
발도비아네에 포도밭 한가운데 자리잡은 살리스(Salis)에선 아름다운 포도밭 풍경을 즐기며 토끼 고기 등 맛있는 현지 음식과 프로세코를 즐길 수 있으니 프로세코 마을 여행자라면 꼭 들러보길. 메인 요리가 16∼22유로로 가격이 적당하다. 와인샵도 함께 운영해 다양한 와인도 착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자연을 프로세코에 담는 안티카 퀘르치아
내추럴 프로세코로 요즘 뜨고 있는 코넬리아노 마을의 안티카 퀘르치아(Anitica Quercia)로 들어서자 은색수염을 내추럴하게 휘날리는 주인장 클라우디오 프랑카빌라(Claudio Francavilla)가 활짝 웃으며 악수를 건넨다. 그를 따라 밖으로 나서니 커다란 나무 두그루가 포도밭 한가운데를 장식하고 있다. 안티카 퀘르치아 와인의 레이블을 꾸미는 상징, 오크나무다. 안티카 퀘르치아는 오래된 오크나무란 뜻. 와인 숙성에 사용하는 커다란 대형 오크통으로 꾸민 야외 셀러 앞 테이블 그릇엔 맛있는 치즈가 정갈하게 담겨 여행자의 손길을 기다린다.
프랑카빌라가 오픈한 첫 와인은 안티카 퀘르치아 마티우. 코넬리아노에서 가장 뛰어난 포도밭 스코미고(Scomigo)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다. 코넬리아노-발도비아데네 DOCG 중에서도 최고의 포도밭은 카르티쩨로(Cartizze) 부른다. 다음 등급이 프로세코 슈페리오레 리베(Superiore Rive) DOCG 등급으로 아주 가파른 경사면 포도밭 43곳에 생산되는 와인들은 별개의 DOCG로 정해 관리하는데 스코미고가 그중 하나로 안티카 퀘르치아가 단독으로 소유하고 있다. 코에 갖다 대는 순간 과하지 않고 절제된 내추럴 와인의 향이 비강을 파고든다. 신선한 흰꽃과 사과 향이 어우러져 한낮의 열기마저 추억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안티카 퀘르치아는 2015년 시작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멋진 프로세코를 만들어 내다니 대단한 솜씨다. 프랑카빌라는 2015년 그의 아버지가 매입해 소유하고 있던 땅 25ha에서 오랫동안 꿈꾸던 포도밭을 일궜다. 안티카 퀘르치아는 일체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과 비오다이나믹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든다. 더구나 포도 줄기를 제거하지 않고 송이째 압착 발효하며 병입 직전 필터링도 하지 않아 바닥에 침전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바로 ‘콜 폰도(Col Fondo)’로 불리는 양조기법으로 지금의 탱크방식, 즉 샤르마 방식이 도입되기전 오랫동안 프로세코를 만들던 양조기법이다. 와인앤드스피릿이 2021년 새롭게 주목해야 할 와이너리로 꼽은 안티카 퀘르치아 와인은 머천트 인터내셔날을 통해 수입된다.
안티카 퀘르치아 수 알토(Antica Quercia SUL ALTO)는 콜 폰도 방식이 극대화된 프로세코다. 자연효모만 사용해 저온발효하고 겨우내 죽은 효모와 함께 숙성한 뒤 봄에 병입해 2차 발효를 진행한다. 샴페인과 같은 방식이다. 필터링은 하지 않지 않고 이산화황도 추가하지 않아 포도 본연의 맛과 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향기로운 꽃과 싱그러운 사과, 배의 과일향, 건조한 살구향이 풍성한 미네랄과 어우러지며 매우 미세한 버블은 입안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안티카 퀘르치아 안세스트랄레(Antica Quercia Ancestrale)는 감귤류, 복숭아 등 과일향과 야생 허브, 효모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며 쌉쌀한 아몬드향도 느껴진다. 잔당이 모두 알코올로 전환되기 전에 저온으로 온도를 낮추어 발효를 중단시킨 뒤 겨울동안 죽은 효모와 함께 쉬르리(Surlees) 숙성을 진행한다. 2차 병발효를 위해 당분을 추가하지 않는다. 봄이 되고 온도가 오르면 겨우내 남아 있던 잔당이 병에서 발효하며 자연스럽게 2차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양조방식은 프로세코를 탱크에서 대량으로 2차 발효하는 기술이 도입되기 전 전통적으로 만들던 방식으로, 안세스트랄(Ancestrale), 수이 리에비티 프로세코(Sui Lieviti Prosecco)라고 불린다. 병에서 1년간 숙성을 거쳐 와인이 완성된다. 감귤류와 잘 익은 복숭아, 레몬 제스트, 야생 허브, 효모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며 쌉쌀한 아몬드 맛도 따라온다.
코넬리오네 마을의 와이너리 르 비뉴 디 엘리체(Le Vigne Di Alice)는 예쁜 호텔도 운영하고 있어 하룻밤 묶어가며 와인을 즐기기 좋다. 엘리체는 샤르마 방식과 콜 폰도 방식 등 다양한 프로세코를 생산한다. 콜 폰도 방식은 펫낫(Pet Nat)으로 불리는 내추럴 스파클링과 비슷하다. 펫낫은 ‘페티앙 내추럴(Petillant Natural)’의 줄임말로 페티앙은 1∼2.5 기압의 약발포성 와인 프리잔테(Frizantte)를 말한다. 요즘 내추럴 와인이 하나의 카테고리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양조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대부분 와인은 자연효모만 쓰는 내추럴 방식으로 생산됐다. 프로세코는 1800년대말부터 샴페인처럼 2차 병발효를 거치는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졌지만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탱크에서 1차와 2차 발효를 모두 마치는 샤르마 방식이 보편화됐다.
엘리체 코넬리아노 발도비아네데 프로세코 수페리오 엑스트라 브뤼가 대표 와인으로 오렌지, 사과, 배등의 과일향과 아카시아꽃향이 매혹적으로 어우러진다. 시간이 지나면 아몬드향이 따라오고 미세한 버블과 크리미한 질감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섭씨 18∼19도에서 발효해 45∼60일동안 죽은 효모와 함께 숙성한 뒤 스틸탱크에서 샤르망 방식으로 2차 발효한다.
엘리체 소유 포도밭은 주로 돌로마이트, 점토, 석회암으로 이뤄졌고 알프스와 가까워 일교차가 크고 경사가 가파르다. 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신지아 칸지안(Cinzia Canzian)은 남편의 와이너리에서 기초생산, 창고관리, 판매, 고객관리 및 마케팅까지 모든 분야를 섭렵한 뒤 2005년 자신의 와이너리인 엘리체를 세웠다. 라이프 이즈 버블(Life is bubble)을 슬로건으로 내세울 정도로 프로세코에 ‘진심’이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알자스와 이탈리아, 호주, 체코, 스위스,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