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 아동 통합교육,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
외국 유학 중이던 어느 날, 기숙사에서 한국 학생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조용한 성격의 학생이었으며, 약간의 장애 때문에 외국 학생들뿐만 아니라 한국 학생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본과 진학을 앞두고 있었는데, 학업 부담감과 심리적 압박이 수면제 과다 복용의 원인이었다는 추측이 나왔다.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께서 과외를 받게 해주셨다. 과외를 받는 다른 학생들은 뛰어나고 똑똑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결국 어머니께 과외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장애 아동을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 비장애 아동과 함께 교육하는 통합교육은 중요한 개념이다. 통합교육을 통해 장애 아동은 학업 성취도를 높이며 자아 존중감을 얻게 된다. 대체로 장애를 가진 아이의 부모는 자녀가 일반 학교에서 교육받기를 선호한다. 부모로서 비장애 아이들과 함께 교육받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통합교육이 모든 장애 아동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지는 않는다. 장애의 종류나 정도에 따라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나는 여러 특수학교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몇몇 학생들은 일반 학교에서 버티다가 특수학교로 전학 온 경우도 있었다. 특수학교에 전학 온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행복해 보였다. 특수학교에선 전문 교사들이 교육을 담당해 일반 학교보다 효율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얼마 전 장애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내용을 토대로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일이 있었다. 류재연 나사렛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특수교사를 지원하기 위해 모금 활동을 벌여 1844만원이 넘는 금액을 모았다. 그러나 해당 특수교사는 이 돈을 서이초등학교 새내기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된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용도로 쓰겠다고 했다. 그의 별명이 왜 ‘설리번 선생님’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예전에는 특수교사를 단순한 직업 중 하나로만 여겼다. 그런데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현장을 경험해보니 대부분의 특수교사들은 장애 아동 교육에 헌신적이었고,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였다. 장애 아동을 지도하는 특수교사는 사명감과 소명의식이 필요한 직업이다. 장애 아동의 문제 행동으로 어려움에 직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일부 학부모들의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갑질’이다.
장애 아동 부모들의 고충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국가나 사회단체의 도움이 있어도 이들이 처한 상황을 해결할 수는 없다. 일부 장애 아동 부모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장애 학생과 부모에 대한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들이 겪는 고통을 헤아리고, 책임지는 것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예의다.
한승범 버네이즈 아마존 출판대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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