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제주 해녀는 계속 물질을 할 수 있을까?"…영화 '물꽃의 전설'

문별님 작가 2023. 8. 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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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우리나라의 제주해녀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하지만 지난 한 해 동안 제주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가 200명이 넘게 줄고, 현직 해녀 4명 중 1명이 80대 이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해녀 수가 감소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더 이상 물질을 할 수 없게 된 바닷속 변화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영상 보고 오겠습니다.


[VCR]


자석처럼 바다에 이끌리는 

물질 87년 차의 현순직 해녀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제주로 돌아온 채지애 해녀 


앞에서 이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해녀들의 삶


보말, 소라, 전복으로

해녀들을 키워준 바다는 


이제 더 이상 내어줄 것이 없다


"바다에 풀 하나 없고 백모래가 막…돌이 다 하얗게 변해버렸어"


사라져 가는 해녀와,

그들이 지키고 싶은 바다를 기록한 '물꽃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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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이번 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에서는 이렇게 사라져가는 해녀와 제주 바다의 변화를 조명하고 있는데요.


이 영화를 제작한 고희영 감독과 이야기 나눠봅니다.


감독님 어서 오세요.


다큐멘터리 <물꽃의 전설>이 내일 모레 개봉합니다.


먼저 어떤 작품인지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고희영 감독 /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 

놀라지 마세요, 아까 잠깐 보셨겠지만 물질 경력이요 무려 87년입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놀랍습니다.


고희영 감독 /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 

올해 나이는 97살이고요.


그 베테랑 해녀와 그리고 이제 서울로 떠났다가 고향 바다로 다시 돌아온 막내 해녀가 청정 바다에만 산다는 물꽃을 찾아서 떠나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그 물꽃이 살고 있는 바다는 오직 이 베테랑 해녀만 알고 계시는 그 장소입니다.


서현아 앵커 

생각만 해도 정말 가슴 뛰는 그런 이야기일 것 같은데 이 베테랑 해녀와 막내 해녀의 호흡이 특히 기대가 됩니다.


이 <물꽃의 전설>이라는 제목에는 또 어떤 의미를 담으셨습니까?


고희영 감독 /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 

네, 제가 이 영화 만들기 전에 '물숨'이라는 영화를 만들었었어요.


물숨이라는 그 단어도 그 당시에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는 말이었거든요.


해녀분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보다 보니까 해녀분들은 바닷속에 들어갔을 때 전복 같은 걸 딱 보면 갑자기 숨이 다 됐는데도 숨이 남아있다고 느낀대요.


그거를 '물숨'이라고 합니다.


그랬던 것처럼 물꽃도 해녀분들의 말씀 속에서 물꽃 이야기를 하시는데 너무 궁금했어요.


도대체 물꽃이 뭘까, 그래서 제가 해양 도감도 찾아보고 해양연구소도 찾아가 보고 그러면서 찾아낸 것이 바로 안타깝게도 멸종위기의 산호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해녀들만이 볼 수 있었던 멸종위기의 물꽃 관객들도 같이 볼 수 있을지 정말 기대가 되는데요.


평생을 바다에서 살아온 고령 해녀와 그리고 이제 막 바다에 적응해 가는 아주 신참 해녀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담았습니다.


이들의 삶을 다큐로 만들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고희영 감독 /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 

솔직히 물숨 만들면서 해녀분들을 그때 7년 동안 촬영을 했거든요.


그래서 아 다시는 정말 해녀분들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물숨을 만들고 해녀가 유네스코에 등재가 되고 해녀 행사에 많이 참석을 하고 감사패도 받고 그랬는데 해녀들의 삶은 점점 팍팍해지는 거예요.


힘들다고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해녀분들의 숫자가 급감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아 이거는 뭔가 해녀들 사이에 변화가 있구나라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좀 더 해녀들 속 바닷속으로 들어가 봐야 되겠다라고 생각을 했는데 어느 날 이 삼달리 바다에서 눈이 펑펑 오는 날 현순직 해녀 할머니가 백발을 휘날리면서 바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됐어요.


정말 숨이 멎는 것 같았어요.


할머니를 한참 보고 있는데 그 뒤에 막내 해녀가 마치 신기한 무슨 게임을 하러 가듯이 바다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아 두 해녀의 대비가 너무 흥미롭다.


그리고 이 나이차가 나는 두 해녀가 보는 바다는 어떻게 다를까 이게 궁금해서 시작을 하게 되었어요.


서현아 앵커

아흔이 넘은 연세도 바다에 들어간 이 현순직 할머니와의 첫 만남 정말 그림 같은 장면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현순직 할머니 정말 고령의 나이인데 자녀들이 말려도 날씨가 궂어도 정말 위험을 무릅쓰고 꿋꿋이 바다에 들어가는 이유 뭐라고 보십니까?


고희영 감독 /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 

해녀분들은요, 이제 그만 바다에 가세요 하는 말 제일 듣기 싫어하십니다.


물숨의 주인공 할머니셨는데 그 할머니의 따님이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했는데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서 바다에서 해녀를 시켰어요.


그런데 18살에 바다에서 제 목숨을 잃고 맙니다.


근데 그 할머니의 그다음 인터뷰가 정말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딸이 그 바다에 죽고 나서도 나는 며칠 뒤에 다시 바다로 나갔어, 왜냐하면 바다는 한평생 나를 위로해 주었어" 라고 말씀을 하셨을 때 아 해녀분들에게 바다는 이런 곳이구나라는 걸 느꼈고 해녀분들한테 인터뷰를 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씀들이 있어요.


몇 가지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해녀는 친정엄마 같아" 그리고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바다가 내 집이고 밥이고 은행이야, 왜냐하면 내가 좀 힘들어도 열심히 한 만큼 다 나눠주잖아" 그 속에 답이 있는 것 같아요.


서현아 앵커 

바다가 그렇게 이렇게 해녀들에게는 고향 같은 곳이었는데 요즘 이 바닷속 환경에 문제가 좀 심각한 것 같습니다.


해양오염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데 제주도도 예외가 아니라고 하거든요.


해녀분들이 더 빠르게 체감하실 것 같은데 어떤 상황입니까?


고희영 감독 /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 

그것은 아마 숫자로 바로 확실하게 증명이 될 것 같은데요.


제가 물숨 촬영할 때 해녀분들 숫자가 제주도만 4,500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물꽃탈 때 3,200명으로 급감했고요.


그리고 바닷속을 한 6년 동안 매해 2월 달마다 기록을 했는데 처음에는 감태밭이 우거져서 저희가 수중 촬영할 때 거기에 발이 걸릴까 봐 되게 걱정을 했어요.


감태 같은 건 전복 소라의 주요 먹이거든요.


그런데 6년의 변화를 통해서 점점 황폐화되고 결국 나중에는 더 이상 어떠한 패류, 조류, 어패류도 자랄 수 없는 바다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고 그 과정이 영화 속에 담겨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눈앞에서 바다가 죽어가는 과정 지켜보시는 마음이 또 정말 참담하셨을 것 같은데요.


몇 년 사이에도 눈에 보이는 큰 변화가 있었을까?


고희영 감독 /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 

네 그럼요.


저도 안타깝지만 해녀분들 마음이 또 오죽하겠습니까 그래서 알게 된 거죠.


예전에는 상군들은 100kg씩 소라도 막 끌고 나오고 제가 촬영을 하지 못하고 끌어들여야 될 정도였는데 이제 점점 그물이 가난해지니까 아 해녀분들을 이제 늘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바다가 이만큼 많이 더 내어줄 것 없이 병들었구나라는 거를 느끼게 된 거죠. 


서현아 앵커 

해녀들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시면서 또 느끼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고희영 감독 /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

네, 이 영화 속에는 그 물질 경력 87년의 해녀분과 막내 해녀의 주요 이야기인데 그 해녀분이 마지막 물질 장면까지 저희가 찍었어요.


해녀분이 마지막 바다를 떠나면서 이 막내 해녀에게 여러 가지를 전수해 줍니다.


바다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전복이 암컷 수컷이 어떻게 다른지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시는데 저는 그게 정말 살아있는 지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오로지 해녀분들이 바다에서 온몸으로 느끼고 체득한 그런 기록들을 이것을 좀 남겨야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6년 동안 열심히 기록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관객들이 굉장히 기대 속에 극장 찾아갈 것 같은데 이것만은 꼭 챙겨갔으면 좋겠다는 관전 포인트 있을까요?


고희영 감독 /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 

이 영화에는 세 가지에 소멸하는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지금 말씀드렸듯이 하나는 해녀들의 숫자 그리고 또 하나는 가난해진 제주 바다 그리고 마지막은 제주어인데요.


제주어도 또 안타깝게도 소멸 위기 5등급 중에 4등급까지 간 그 굉장히 위기의 언어예요.


그런데 우리 주인공 할머니가 100% 제주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십니다.


제주어를 사라져가는 우리 언어를 듣는 그런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한데요.


이 공통적인 것은 우리가 지킬 수 있었음에도 지키지 못해서 소멸되어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이 영화 속에 들어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어떤 생생한 기록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을 보신 관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고희영 감독 /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 

영화는 영화로 느끼시면 그게 뭐 정답인데요.


굳이 덧붙이자면 저는 해녀분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예전에 광부들이 위기를 알려주는 카나리아 새가 있었거든요.


카나리아새가 나오면 위험하다는 신호예요.


저는 해녀분들이 마치 이 시대에는 카나리아 새와 같다고 생각을 했고 해녀분들이 바다가 위험하다고 말하면 이것은 정말 위험한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바다로부터 받기만 했잖아요.


이 영화를 통해서 이제 우리가 바다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바닷속에 그 아름다운 물꽃이 전설로만 남지 않고 우리 곁에 오래오래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바다가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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