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얼굴’ 김정은 티셔츠 판매 중단에도 ‘화난얼굴’은 계속 팔려나가

공권력감시센터 등 고발단체 “웃는 얼굴·발언 삽입 티셔츠와는 다른 체제선전용 이적표현물 의심”
일부 판매업체들 “뚱보·화난 얼굴 패러디 김정은 티셔츠 표현의 자유, 문제없어 ” 주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웃는 얼굴과 “동무들 꽃 길만 걸으라우” 발언성 문구가 들어간 김정은 웃는 티셔츠. 최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 당하자 쿠팡, 네이버 등 통신판매중개업체가 판매를 중단했다. 팬매업체 화면 캡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활짝 웃는 얼굴 모습과 “동무 꽃길만 걸으라우” “나랑 별보러 갈래?” 등 ‘발언성’ 내용을 새긴 이른바 ‘김정은 티셔츠’를 판매한 업자 2명과 이를 중개한 쿠팡, 네이버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당하자 최근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

28일 공권력감시센터·바른사회시민회의·신문명정책연구원·자유민주당·자유민주연구원·행동하는자유시민 등 6개 단체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지난 25일 서울경찰청에 김정은 티셔츠를 판매한 김 모 씨 등 2명과 이를 판매 중개한 네이버, 쿠팡을 국보법 제7조 이적표현물 제작, 판매죄 등으로 고발했다.

이와관련 일부 판매업체 및 통신판매중개업체 등은 “뚱보·화난 모습의 각종 김정은 티셔츠 패러디가 유행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고발당한 웃는 얼굴과 문구를 새긴 체제선전용으로 의심받은 김정은 티셔츠는 판매중단됐지만 뚱보·화난 얼굴 모습 등 패러디한 김정은 티셔츠는 여전히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김정은 얼굴 티셔츠는 2021년 10월10일 북한의 국방 전람회(무기전시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북한 사회에서 ‘최고 존엄’으로 신격화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들어간 티셔츠 자체만으로 전대미문의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집권 10년을 맞아 주민에게 친근한 ‘애민(愛民) 지도자’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선보인 이 티셔츠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는 최고 존엄을 패러디한 ‘김정은 티셔츠’가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최근 환히 웃는 김정은 얼굴과 그의 발언까지 삽입, 북한 체제 선전용으로 의심받는 ‘웃는 김정은 티셔츠’까지 등장 국보법 위반으로 고발조치 당하는 사태로까지 확대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웃는 얼굴 사진과 ‘동무 꽃길만 걸으라우“”나랑 별보로 갈래?“ 등 김 위원장 발언성 내용을 새긴 ‘김정은 티셔츠’. 체제선전용으로 의심받으며 국가보안법 제7조 이적표현물 제작, 판매죄 혐의로 시민사회단체·정당으로부터 고발조치 당하자 쿠팡, 네이버 등 통신판매업체가 최근 판매 중단 조치했다. 업체 판매 화면

이들을 고발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고발 사유에 대해 “북한 김정은 정권은 국제사회의 경고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탄도미사일 발사, 간첩 남파, 무력도발 및 대남협박 등을 일삼으며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실정법상 반국가단체의 수괴인 김정은이 환하게 웃으며 ‘동무 꽃길만 걸으라우’라고 새긴 티셔츠를 제작, 판매하는 것은 명백히 북한 김정은을 찬양·선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의 뚱보·화난 모습의 패러디 김정은 티셔츠와 차원이 다른 체제선전용 의도라는 것이다.

유 원장은 “특히 북한 주민의 인권을 억압하는 반문명적 폭압통치자를 선전하는 행위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세계문명사에 대한 도전이자 웃음거리”라며 “이런 행위자를 고발한 것을 가지고 표현의 자유를 들이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피고인 김 모 씨 등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 사진과 함께 ‘동무 꽃길만 걸으라우’ 등의 문구가 인쇄된 티셔츠를 제작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쿠팡을 통해 판매했다. 고발에 나선 시민단체들은 “문제의 해당 티셔츠는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에 해당하는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나치 시대가 종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는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의 저작권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독일 내에서 추가적인 인쇄를 금지했다“며 ”(저작권 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그 내용에 대하여 비판적인 주석을 기재한 도서만 출간 가능하게 한 것을 보면 더더욱 명확하다“고 했다.

통신판매중개자인 쿠팡·네이버에 대해선 ”쿠팡·네이버는 피고발인의 김정은 티셔츠 판매를 허용하여 중개의 형태로 판매에 가담했다“며 ”이는 이적표현물의 판매를 정당화하고 피고발인의 범죄행위를 제지하지 않는 행위로 이는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했다. 이들 단체는 ”이들을 철저히 조사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피고발인들이 어지럽히려 한 행위에 대하여 응분의 책임을 지도록 조처하여 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티셔츠와 관련 쿠팡은 지난주, 네이버는 지난 27일 판매 중단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