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왜 주호민 부부 ‘전체 녹음파일’에 주목했나

이승주 인턴기자 2023. 8. 2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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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앙스·전후 사정 확인해야”…10월 공판서 전체 공개 
녹음 파일 위법성·증거 인정 여부는 최종 판결서 결정

(시사저널=이승주 인턴기자)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 주호민 인스타그램

"(녹음 파일) 전체 재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필요한 부분만 1~2분 정도 끊어 들을 생각은 없고, 가급적이면 최대한 시간을 확보해서 듣겠다."

웹툰 작가 주호민씨 아들에 대한 특수교사의 정서학대 의혹이 새 국면을 맞을 지 주목된다. 법원이 주씨 부부가 아동학대 근거로 제시했던 특수교사 발언 녹취록 '일부'가 아닌 '전체'를 모두 듣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다. 

28일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진행된 특수교사 A씨의 아동학대 혐의 3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주씨 측이 제시한 녹취 파일 일부만으로는 혐의를 단정짓기 어렵다며 전체 대화 맥락을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다소 지친 기색으로 공판에 출석한 A씨는 검은색 정장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고 묵묵히 변호사와 판사의 발언을 지켜봤다. 

이날 공판은 A씨 측 전현민 변호사가 녹취록의 증거 능력을 문제 삼으며 원고 측 주장을 반박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A씨 측은 이와 함께 주씨 측 의견서에 첨부된 피고인의 경위서가 실제로 A씨가 작성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전 변호사는 원고 측이 제시한 경위서에 대해 "소송을 혼자 수행하느라 정신적으로 힘든 피고인을 대신해 동료 교사가 탄원서를 받으려 피고인이 쓴 7쪽짜리 경위서를 요약, 노조 게시판에 올린 것"이라며 "피고인이 직접 작성한 것도 아닌데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로 제출됐다"며 증거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A씨 측 변호인단은 곧바로 '녹음 파일'에 대한 변호를 이어갔다. 검찰이 제출한 2시간30분 분량의 녹음 파일 모두를 '연속으로' 들어봐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전 변호사는 "피고인은 약 3시간 동안 오전 내내 쉬는 시간도 없이 주씨 아들을 지도해야 했다"며 "전체적인 상황과 맥락에 비춰 녹음된 피고인의 발언이 교단을 떠나야 할 정도의 아동학대였는지 공정하게 판단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수업 도중 주씨 아들에게 "진짜 밉상이네.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등의 발언을 했다. 주씨 부부는 발달장애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등교시켰고, 이 녹취를 토대로 수업 도중 A씨가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고 신고했다. 

특수교사 신고의 출발점이 된 녹취록이 무단 녹음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를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였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타인 간 대화는 몰래 녹음할 수 없고 녹음한다 하더라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법원은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사건에 한해 무단 녹음을 증거로 인정한 바 있다. 

이번 사건 재판에서도 주씨 아들이 자폐 장애를 갖는 만큼 무단으로 녹음된 것이라도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는 주장과 예외를 허용할 경우 교권침해가 빈번해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섰다.    

A씨 측 변호를 맡은 김기윤 경기도교육청 고문변호사는 "녹음 파일이 증거로 인정된다면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직무 수행하는데 있어 상당한 부작용이 생긴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하는 데 있어 재판부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A씨 측 두 변호인은 증거로 제출된 녹음 파일 원본에 대한 위법성 확인과 동시에 녹음 파일 일부가 아닌 전체를 다 듣고 나서 아동학대 혐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에서 제출한 일부 녹음에 대해 "(특수교사와의 수업) 이후에 가족들과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진다"며 녹음의 뒷부분까지 듣고 아동학대의 정황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눈 대화 내용을 보면 아동학대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종합적인 상황을 모두 고려하면 교사의 학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폈다.

재판부는 녹음 파일의 위법 소지와 증거 인정 여부를 현 상황에서 확정짓기 어렵다며 최종 판결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어 "증거 능력이 인정될 경우를 대비해서 증거조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말하는 뉘앙스나 전후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일부) 녹취록만으로 안되고 녹음 파일 전체 재생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정리했다.

이에 따라 다음 공판에서는 음질이 개선된 녹음 파일 전체가 재생될 예정이다. 4차 공판은 오는 10월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한편 주씨 측 국선변호사는 이날 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의 탄원서와 유아특수교육학 교수 의견서 등을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필요시 검찰을 통해 제출해달라"며 이를 모두 반환했다. 앞서 주씨는 이번 사건이 공론화되고 논란이 커지자 A씨에 대한 처벌불원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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