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자 복직 막는 ‘이행강제금’ 근로기준법 개정해야

한겨레 2023. 8. 2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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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허권 | 전 금융노조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위원장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와해시킨 금융노조 산별중앙교섭을 복원하는 투쟁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돼 5년 동안 재판 끝에 필자(당시 금융노조위원장)를 비롯한 전 금융노조 간부 3명이 지난해 7월15일치로 소속기관으로부터 해고당했다. 해고자 가운데 필자 등 2명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가 절차상 위반으로 부당해고를 인정해 원직복직됐다.

나머지 해고자 1명은 서울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도 부당해고를 인정해 원직복직을 명령했지만, 사쪽은 중노위 판결 즉시 복직시켜야 한다는 금융노조의 단체협약까지 위반하면서 원직복직을 거부했다. 사쪽은 중노위를 상대로 올해 4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부당해고자와 필자는 6월 노조법 위반 등으로 사쪽을 고소·고발했다. 부당해고 389일째인 8월 초 부당해고자와 필자가 고소·고발 취하를 밝히면서 원직복직이 확정됐지만 부당해고자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준사법적 성격을 가진 합의제 행정기관이라고 규정되는 노동위원회지만, 지노위와 중노위가 부당해고를 인정해도 사쪽이 부당해고자를 원직복직시키지 않은 이유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에 있다. 개정 전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의 부당해고 등을 형사처벌(부당해고시 5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할 수 있는 조항이 있었으나, ‘이행강제금’ 제도를 통해 사용자의 부당해고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개정법에서 처벌조항을 삭제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 제33조에는 노동위원회는 구제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사용자에 대해 3천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고, 최초의 구제명령을 한 날을 기준으로 매년 2차례 범위 안에서 이행강제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으며 최대 2년을 초과해 부과·징수할 수 없다.

이후 사용자들은 ‘이행강제금’을 악용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해고도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윤준병 의원이 2021년 10월 공개한 자료를 보면,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부과된 이행강제금(당해연도 및 이전년도 포함) 대비 납부액은 3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해고에 대한 복직을 비롯한 구제명령을 이행하지도 않으면서 부과된 이행강제금마저 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윤 의원은 “구제명령이 이행될 때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이행강제금은 2년을 초과해 부과·징수하지 못한다’는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과 함께 기업 규모·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강제금을 차등화하는 등 원천적으로 부당해고를 근절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수진 의원(비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정부·공공기관·공영방송이 노동자를 부당해고한 뒤 노동위원회의 복직 판정을 거부해 이행강제금으로 41억원의 세금을 낭비했다고 밝혔다.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이행강제금 제도가 노동위원회의 명령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2조 2호는 사용자가 단체협약 중 징계 및 해고의 사유와 중요한 절차에 관한 사항을 위반한 경우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이다. 사용자는 이러한 처벌 규정을 최대한 이용해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준사법기관인 지노위와 중노위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고도 복직을 못 하고, 단체협약을 위반해도 ‘과태료 수준 정도’로 여기는 현재의 제도와 법이라면, 사쪽은 부당해고자의 복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해고도 부담 없다. 결국 기울어진 노사관계에서 노동자의 피해만 가중될 뿐이다. 이행강제금 제도를 악용할 수 없게 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하고, 해고의 사유와 중요한 절차에 관한 사항을 위반한 경우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불과한 벌칙조항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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