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대통령실 “홍범도 흉상 이전, 육사가 잘 결정할 것”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국방부와 육사가 결정할 것”이라며 원칙론만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오늘(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23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방부와 육사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며 “검토가 끝나면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흉상 철거’가 아니라 ‘독립기념관 이전’ 문제로 알고 있다”면서 “국방부에서 육사와 함께 국민적 여론을 감안해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유 수석대변인은 이어 “홍범도 장군은 봉오동 전투를 대승으로 이끈 독립전쟁 영웅인 한편, 자유시 사변에 있어 여러 논란도 있는 분”이라며 “이것(흉상 이전 추진)을 가지고 ‘저열한 역사인식’이라 하는 것은 사안의 실체를 정확히 국민들께 말하지 않고 오로지 정쟁으로 일관하는 민주당식 선전·선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홍범도 장군과 관련해 어떤 논란이 문제인지’에 대해선 “자유시 사변 아시죠?”라고 되물었고, ‘홍범도 장군을 군에서 기리기에 부적절하다는 건가’라는 질문엔 “그건 아니고, 아까 말한 그대로”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자유시 사변’이란 1921년 6월 러시아공산당 극동공화국 군대가 자유시에서 무장해제를 거부한 독립군을 공격한 사건인데, 홍 장군이 이 사건에서 러시아공산당 편을 들었다는 의혹을 거론한 겁니다.
한편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국회 국방위원장은 연찬회 과정 중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함께 국방위 분임토의를 진행한 뒤 ‘홍범도 흉상 이전 관련 논의를 했는지’를 묻자 “난상토론을 펼쳤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방부에도 홍범도 흉상이 있지 않으냐’는 질문엔 “홍범도가 어떤 사람인지 공부하면 딱 답이 나온다”고 언급했고,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한다는 데 대해선 “그게 차라리 맞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진복 “대통령실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안 좋아”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오늘 오후 연찬회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흉상 이전은) 육사와 국방부가 알아서 할 것”이라며 “대통령실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모양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홍범도 장군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독립유공자라고 인정한 부분이 있다. 다만 홍범도 장군의 경우도 조금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라 그런 부분들이 이번 기회에 걸러지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면서 “긍정적인 건 긍정적인 대로, 부정적인 건 부정적인 대로 다시 한번 국민들에게 여과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정치권이 국민 앞에서 논쟁을 제대로 안 했는데 한 번 걸러보자는 뜻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국민 뜻에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의견 엇갈려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의견은 엇갈렸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3성 장군 출신 신원식 의원은 SNS를 통해 ‘흉상 이전 논란’과 관련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퇴진을 요구한 이종찬 광복회장을 비판했습니다.
신 의원은 홍범도 흉상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 설치된 점을 지적하며 “소련 군인으로서 소련 군복을 착용하고 군모까지 쓴 홍범도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는 게 말이 되나. 생도들에게 공산주의자를 롤모델로 삼으란 소리냐”면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저버린 광복회장이야말로 판단하실 능력이 없으시면 즉각 사퇴하라”고 직격했습니다.
반면 김병민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과유불급이라 생각한다”고 했고, 이준석 전 대표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홍 장군 등이) 공산주의자니까 안 된다고 하면 공산주의자에게 서훈했던 박정희 대통령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도 SNS를 통해 “홍범도 장군은 조국을 위해 타국만리를 떠돌며 십전구도했던 독립운동 영웅”이라며 “6·25 전쟁을 일으켰던 북한군도 아니고 전쟁에 가담한 중공군도 아닌데 철 지난 이념 논쟁으로 영웅을 두 번 죽이는 실례를 범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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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 기자 (categ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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