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홍범도 흉상' 철거…'색깔론' 비판 속, 잠수함 이름까지?[정다운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김형준 기자
[앵커]
나는 장군 홍범도. 일본군을 떨게 한 항일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여러분 잘 아실 텐데요. 2019년 개봉한 봉오동 전투라는 영화로도 유명하죠.
육군사관학교 안에 이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있는데, 갑자기 흉상을 철거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홍범도 장군이 소련 공산당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면서 문제를 삼은 건데요. 그 이력은 이제서야 뒤늦게 드러난 것도 아니고 이미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 문제제기가 정당한 건지, 소위 말하는 색깔론인 건지 한 번 따져보겠습니다. 국방부 출입하는 김형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육군사관학교가 갑자기 왜 이 흉상을 철거하겠다는 거예요?
[기자]
육사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종합발전계획의 일환으로 교내 기념물에 대한 재정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갑자기 튀어나왔습니다.
[앵커]
교내 기념물 재정비라고 한다면 좀 오래된 건가요, 이게?
[기자]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에 설치됐으니까 오래됐다고 보긴 좀 어렵겠죠? 생도 교육을 담당하는 충무관 앞에 홍범도 장군을 포함해서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과 이회영 선생까지 5개의 흉상이 설치돼 있는데요, 모두 우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던 독립운동가 분들이죠.
[앵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재정비를 한다는 거예요?
[기자]
국방부 설명은 이렇습니다. "국난극복의 전체 역사에서 특정 시기에 국한된 독립군, 광복군 흉상들만이 설치돼 있어서 위치의 적절성과 균형성 측면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면서, "소련 공산당 가입과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기념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건데요. 이게 홍범도 장군을 말하는 겁니다.
이 사실이 지난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광복회 등 관련 단체에서 비판이 쏟아져 나왔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사임까지 요구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앵커]
그런데 홍범도 장군이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었다, 이건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잖아요?
[기자]
맞습니다. 근데 앞뒤 맥락을 살펴봐야 해요. 역사적 사실은 맞지만 앞뒤 맥락에 비춰봐야 된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사실 독립운동가들도 다양한 이념을 갖고 활동했었는데 그 중에서 사회주의라든지 무정부주의 등이 있었던 것은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끼리 좌우갈등에 희생된 분도 아주 많았고요.
1920년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의 승리를 이끌었던 홍범도 장군에게도 일본군이 계속 토벌작전을 벌였기 때문에 이걸 버티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소련 영내로 가서 활동하게 되는데 그것도 그럴 게 소련은 당시 코민테른이라고 하는, 국제 공산당 연대를 통해서 약소민족 독립운동을 돕는 기조였거든요.
[앵커]
약소민족의 독립운동을 돕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거기로 넘어가서 활동할 수밖에 없었던 거네요, 상황이.
[기자]
이 과정에서 홍범도 장군이 소련 공산당의 전신인 볼셰비키당에 입당했습니다. 하지만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돼서 이 곳에서 고려인 극장 수위로 일하다가 1943년 생을 마감했습니다. 독립이 되기도 전이죠.
[앵커]
약산 김원봉 선생, 의열단장의 경우에는 한국광복군에서 활동했지만 북한 정권 수립에 도움을 준 북한 정치인이잖아요. 서훈 추진을 두고 계속 논란이 있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홍범도 장군은 사실 해방 2년 전에 작고하셨거든요. 전혀 그것과도 관련이 없는 분이잖아요.
[기자]
그렇기 때문에 1962년 박정희 정부 시절에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이미 추서됐고요. 카자흐스탄에 묻혀 있던 유해를 국내로 모셔오는 것도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했고,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21년 8월에 마무리했습니다. 이런 건 사실은 진보 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해 오던 일이예요.
오늘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이 문제로 기자들하고 국방부가 30분 넘게 설전을 벌였는데, '과거 해방정국에서 남조선로동당 총책까지 맡다가 사형 판결을 받았던 분의 기념물이 육사에도 많은데 어떻게 되는 거냐', 이런 질문에 전하규 대변인이 이렇게 답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언급하신 분은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고 또 국가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 오신 분이고요. 그분과 또 홍범도 장군의 어떤 역사적인 가치는 또 다른 차원이라서 바로 비교하거나 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앵커]
지금 언급하신 분, 우리가 다 아는 그 분이죠?
[기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말하는 겁니다.
[앵커]
이 분은 뭐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했고, 홍범도 장군은 아니라는 겁니까?
[기자]
또 일제강점기 조선인 독립군 토벌부대로 악명 높았던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했지만, 한국전쟁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는 백선엽 장군의 경우 보수진영에서는 공과가 모두 있다면서 영웅이라고 말하는데 이거랑 180도 다르지 않느냐, 이런 문제제기도 있고요.
그러잖아도 이 자리에 사실 백선엽 장군 동상을 놓으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국방부는 오늘 브리핑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부인했습니다.
[앵커]
그건 아니다. 친일 전력 있는 백선엽 장군도 전쟁영웅으로 추대하는데, 보수진영에서는. 하물며 독립영웅을 이렇게 대우하는 건 색깔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런데 설사 옮긴다고 치더라도 또 다른 문제들이 계속 남아 있는 거죠?
[기자]
멀리 갈 필요가 없이 현재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청사 앞에도 홍범도 장군 흉상이 있습니다. 청사 앞에 을지문덕, 이순신, 강감찬,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등 역사 속 장군들과 애국지사들의 흉상이 쭉 늘어서 있거든요.
[앵커]
아니, 그러면 국방부랑 합참 앞에 있는 흉상도 옮깁니까?
[기자]
여기에 대해서 전하규 대변인이 검토하고 있지만 별개의 사안이고 결정된 바는 없다고 답했는데, 그럼 결국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되잖아요.
또 흉상 옮기면 '그건 어디로 가느냐?' 이런 문제가 생기겠죠. 근데 용산 전쟁기념관에 이미 홍범도 장군 동상이 있어요. 그리고 천안 독립기념관에 김좌진 장군 동상 있습니다. 육사에서 김좌진 장군 흉상 빼면, 그건 어디로 보내게요?
또 해군에 지난 2016년, 그러니까 박근혜 정부 시절에 이름이 붙여져서 진수됐던 손원일급 잠수함 7번함, 홍범도함이 있습니다. 이 잠수함 이름도 바꿔야 하느냐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문제가 멀쩡한 군함 이름을 바꾸는 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매우 드뭅니다. 다른 나라에 공여되거나 할 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요. 게다가 그렇게 이름 바꾸면 그 함의 함장이랑 승조원들은 또 뭐가 됩니까.
전하규 대변인은 이런 질문에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 있지만 결정된 바는 없다고 답했는데, 해군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장도영 서울공보팀장입니다.
"현재 해군은 홍범도함 함명 제정 변경 등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가정을 전제로 질의하시고 답변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 분리해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앵커]
국방부와 해군의 설명이 좀 다르네요?
[기자]
결국 치밀한 근거나 계획이 있어서 이러는 게 아니라 단순히 홍범도 장군이 소련 공산당 경력이 있으니까, 육사에서 뺀다는 결과를 정해 놓고 근거를 만들다 보니 논리나 대책이 빈약하다, 이런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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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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