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여성 집 숨어든 ‘옆집 남자’, 법원은 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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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가 혼자 사는 여성 집에 침입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일이 발생했다.
28일 경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 강서구에 사는 여성 ㄱ씨는 지난달 22일 새벽1시40분께 귀가해 안방에 갔다가 문 뒤에 숨은 옆집 남성 30대 ㄴ씨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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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가 혼자 사는 여성 집에 침입해 경찰에 신고했지만,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일이 발생했다. 스토킹 범죄 가해자가 불구속 수사를 받다가 피해자가 보복 피해를 당한 사례 등을 고려했을 때, 법원이 무책임한 판단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경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 강서구에 사는 여성 ㄱ씨는 지난달 22일 새벽1시40분께 귀가해 안방에 갔다가 문 뒤에 숨은 옆집 남성 30대 ㄴ씨를 발견했다. 양손에 슬리퍼를 든채 숨어 있던 ㄴ씨는 도망치면서 ㄱ씨를 밀쳐 다치게 했다. ㄱ씨는 얼굴과 팔, 다리에 상처를 입어 전치 3주 진단을 받았다. 또 문틈에 대한 공포,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1일 ㄴ씨를 체포하고 강도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에서 ㄴ씨는 “호기심에 비밀번호를 눌러봤는데 열려서 들어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또 “물건을 훔치려고 들어갔다”, “속옷을 훔치려고 들어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땐 ‘집 가구 배치가 궁금했다’는 식으로 진술을 바꿨고 결국 영장은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은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가 다 수집돼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옆집 남성은 유치장에서 풀려난 뒤 집으로 돌아왔고, 피해자인 ㄱ씨가 오히려 그를 피해 직장 동료 집에서 머무는 등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 ㄱ씨는 “가해자가 진술을 번복하며 범행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고, 바로 옆집에 거주하는 데도 불구속 수사를 받게 된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전세사기 피해를 입어서 당장 이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평일엔 직장 동료 집에서 지내고 주말엔 돌아와 친구와 함께 있다”고 말했다. ㄱ씨는 “피해자가 두려움에 떨며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 이해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이해하기 어려운 법원의 영장 기각은 여전히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부차적인 구속 사유로 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발생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으로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주요한 구속 사유로 봐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법원은 여전히 이를 독자적 구속 사유로 보고 있지 않다.
형사소송법 70조1항을 보면 주거 불분명이나 증거 인멸 및 도망이 우려될 때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항에 규정된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는 1항의 구속 사유를 심사할 때 고려하라는 ‘보충적 규정’에 불과하다.
법원의 판단과 달리 대다수 성인은 범죄자의 구속을 결정할 때 ‘보복 우려’를 주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 찬성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범죄수사학연구’에 실린 ‘피해자 신변보호 제도 개선에 대한 시민의 인식 연구’ 논문을 보면,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독자적 구속 사유로 입법화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성인 266명 중 90.2%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단순히 주거침입과 전치 3주만 보고 과거 기준으로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보호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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