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추적] 육사·국방부, 홍범도 흉상 철거 추진…배경은?

【 앵커멘트 】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습니다. 국방부 출입하는 정치부 권용범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1 】 권 기자, 흉상 철거 논란이 어디에서 시작된 거죠?

【 기자 】 정예장교를 양성하는 육군사관학교입니다.

육사는 지난해 11월부터 교내 기념물 재정비 사업으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추진했다고 밝혔습니다.

육사의 설립 취지와 교육 목표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전을 한다, 이런 다소 모호한 이유를 들었는데요.

사실상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경력 때문에 흉상을 이전한다는 의미입니다.

【 질문 1-2 】 흉상이 세워진 시기가 언제였죠?

【 기자 】 지난 2018년 3월 1일 당시 육사 교장 지시로 홍범도 장군 흉상이 교내에 세워졌습니다.

흉상 건립 이후 그다음 주인 3월 6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74기 육사 졸업 및 임관식에 직접 참석했는데요.

그 의미를 이렇게 부여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전 대통령 (지난 2018년 3월) - "이회영 선생과 홍범도, 김좌진, 지청천, 이범석 장군의 정신이 여러분들이 사용한 실탄 탄피 300kg으로 되살아났습니다."

【 질문 2-1 】 당시 정부에서 홍범도 장군에 신경을 꽤 많이 썼던 것 같은데요?

【 기자 】 네, 흉상 건립에 이어 지난 2021년 8월에는 카자흐스탄에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송환해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했고요.

항일무장투쟁의 상징이라면서 건국훈장 최고 등급인 대한민국장까지 수여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정식 소련 공산당원이었던 홍범도 장군을 지나치게 띄워 줬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 질문 2-2 】 육사에 이어 국방부까지 홍범도 장군의 흉상 철거를 추진 중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력을 문제 삼고 있는 건가요?

【 기자 】 지난 1921년 소련 자유시에서 독립군이 충돌했던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른바 '자유시 참변'입니다.

일각에서는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 계열의 독립군에 가담해 공산주의 반대 계열 독립군을 학살했다, 이런 주장을 합니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 당시 독립군 재판 위원으로 참가했고 봉오동, 청산리 전투에서 빨치산으로 참가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여기에 지난 1927년 소련 공산당에 입당했던 전력까지 고려하면 흉상을 설치해 기념하는 게 육사의 정체성에 맞지 않다는 게 국방부의 공식 입장입니다.

【 질문 3-1 】 띄워 줬다가 정권이 바뀌니 흉상 철거라니, 아이러니한 상황인데요. 여권에서도 신중론이 나오죠?

【 기자 】 한 마디로 '이념 과잉'이라는 건데요.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서 북한군 출신도 아니고 중공군 출신도 아닌데 왜 이제 와서 논란이 되냐면서 참 할 일도 없다고 꼬집었고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홍범도 장군은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윤석열 정권의 이념 과잉이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질문 3-2 】 야당의 반응도 궁금한데요?

【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철 지난 색깔론이자 정치선동이라며 공세의 끈을 바짝 조였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권칠승 /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 "21세기 한국판 매카시즘(반공산주의 열풍)이라고 하는 비판이 많이 있고 극우 본색이라고 저희들은 보고 있습니다."

국방부 내부에서도 흉상 철거로 전쟁이 아닌 정쟁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올 정도입니다.

【 앵커멘트 】 지금까지 정치부 권용범 기자였습니다.

[dragontiger@mbn.co.kr]

영상편집 : 송현주 그래픽 : 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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